▲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테러범의 배낭 조각 사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폭탄 테러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미국 언론들이 발 빠르게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사에 민감한 정보들이 사전 합의 없이 미 언론을 통해 실시간 공개되고 있는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은 24일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맨체스터 테러범으로 지목된 살만 아베디의 이름과 사진 등 개인 정보가 영국에서 보도되기 전 미국 언론들을 통해 나간 것에 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가 있은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범인이 테러 당시 메고 있었던 찢겨진 가방과 범인이 손목에 차고 있었던 스위치, 현장의 핏자국과 폭탄 파편들, 폭탄에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등의 내용을 자세한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NBC 뉴스는 CCTV를 통한 얼굴 인식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 추적과 같이 영국 당국이 범인의 신원을 밝혀내는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폭탄의 제조방법과 원리, 폭발의 위력 등도 자세하게 언급했다.
▲테러범이 터뜨린 자살 폭탄의 배터리
이에 대해 영국 정부 안에서 미국 언론들의 실시간 테러 정보 공개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가디언에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희생자와 가족들, 대중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가대테러안전사무국(NaCTSO) 대변인은 "우리가 타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런 신뢰가 깨지면 양국 관계와 수사, 향후 테러 대처 등에 큰 손해를 끼친다"라고 비판했다.
▲테러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영국인들
영국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 등으로 미국과 정보 공유를 우려하는 동맹들이 늘고 있는 것과도 관련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는 동맹을 만들어 민감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걱정이 특히 크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공유되는 정보 사용을 신중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25일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테러 공동 대응,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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