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체감 가능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기대한다

역대 정권서도 다양한 통신비 인하 공약효과 체감 못했다는 소비자 65%"공무원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민관 전문가 모인 별도 조직 필요"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 등 다양한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소비자가 이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정책을 공무원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문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은 기본료 폐지. 월 1만1000원 수준의 기본료를 폐지해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만 6000만명이 넘은 상황에서 산술적으로 1년에 8조원의 가계 통신비가 줄어들 수 있다.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잔여데이터 이월 및 공유 활성화 ▲공공와이파이 설치 의무화 ▲취약계층위한 무선인터넷 요금 도입 ▲한중일 3국간 로밍요금 폐지 추진 등의 다양한 통신비 인하 공약을 선보였다.문제는 역대 정권에서도 이와 같은 통신비 인하 공약이 나왔었고,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한 체감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녹소연)에 따르면 역대 정권에서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이 체감되었던 정권이 있냐는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특별히 없었다'는 답변이 64.7%에 달했다.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었던 측면이 컸다. 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 역시 아직까지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현재 일괄 요금할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 민간 기업의 산업적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재원 대책도 갖춰야 한다.이에 통신 담당 공무원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만들어내는 반쪽짜리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이다. 단말기유통법은 누구에게나 보조금 등 혜택을 골고루 지급해 가계 통신비를 낮출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통신 정책이다.미래창조과학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인 지난 2014년 3분기 가계 통신비가 15만350원에서 지난해 2분기 14만5847원으로 줄었고, 평균 가입요금도 4만5155원에서 3만9809원으로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이 배경에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가입자가 1000만명을 훌쩍 넘었고, 50만원 미만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도 35.7%를 기록한 점이 있다고 했다. 또 알뜰폰 가입자도 전체 가입자 중 10%를 돌파했다고 성과를 발표했다.하지만 녹소연은 가계통신비 인하가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반박했다. 선택약정 가입자 1014만명 중 30%가 넘는 311만명의 경우 중고폰이나 24개월 약정이 지난 이후 쓰던 스마트폰으로 재가입한 가입자들로 나타났다. 즉, 30%의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못하고 쓰던 폰을 계속 쓰거나 새 폰이 아니라 중고폰을 구매한 것이다.또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연평균 20% 이상 단말기 지원금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원금이 줄어들수록 소비자가 체감하는 단말기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녹소연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이동전화 지원금 영역 모니터링 결과'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단말기 지원금은 17만8000원으로 단말기유통법 시행 직전 해인 2013년 25만6000원에 비해 약 31% 감소했다. 지난 2015년 평균 단말기 지원금은 22만2750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으며, 2016년 또한 2015년보다 20% 감소한 17만8083원 수준이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그동안 수많은 통신 공약이 나왔으나 소비자 체감이 없었던 이유는 관련 정책을 전적으로 공무원에게 맡겼기 때문"이라며 "실천가능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 전문가, 업계 등 이해 관계자가 모여 청와대 중심의 '통신공약 실천 위원회(가칭)'을 만들고 통신 정책을 공무원에게만 맡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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