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면접 경험 요구…PT발표까지 준비하기도취준생 62%, "취업스터디 진입장벽 있다" 응답준비부터 빈익빈 부익부… 단계 하나 더 추가된 느낌 '씁쓸'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학부에서 광고학을 전공한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취업률이 높기로 유명한 광고 관련 한 '스터디'에 참가하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프레젠테이션(PT)면접에서 사용할 자료를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스터디 가입을 위해 PT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만큼 진지한 모임이란 판단에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면접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쉽게도 기회를 드리지 못하게 됐다'며 탈락을 통보하는 모습도 기업의 탈락안내 메일과 판박이였다. 김 씨는 "취업 단계가 하나 추가된 느낌"이라며 "같은 처지인 취준생들로부터 평가받는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고 말했다.취업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덩달아 취업 '준비' 시장도 치열해지고 있다. 취업스터디에서조차 출신대학, 토익점수, 면접 경험 등 '스펙'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기업 면접 단계에서 진행되는 PT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실제 온라인 카페와 대학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는 취업스터디 모집 글에는 이 같은 '스펙' 요구가 종종 발견된다. 필요한 '스펙'을 명기하지 않더라도 모집글을 보고 연락하면 각종 '스펙'을 묻고 걸러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취업전문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015년 취업자 5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가 "취업스터디에도 진입장벽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40%) 이들이 '스터디 모집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1년 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서울의 H대학 졸업생 박모(28)씨는 "취업 준비 초장기에는 각종 '스펙'이 부족해 스터디를 가입하는 게 까다로웠다"며 "공모전 같은 '경력'과 영어점수 등을 보완하고 나니 스터디 참가가 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경력이 있는 신입을 원한다는 말처럼 취업스터디에서도 각종 스펙은 물론 1차 합격 경험, 면접 경험 등 '경력'을 원하는 경우 많다"며 "기업에 들어가기도 힘든 마당에 스터디마저 들어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논술시험 대비 스터디를 찾던 이모(26)씨는 "스터디에 참가하겠다고 연락했더니 글을 한 편 보내달라는 요구도 받았다"며 "함께 실력을 기르기 위해 모인 취준생이면서 심사위원처럼 내 글을 보고 판단한 뒤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반면 각자의 노력과 경험을 통해 얻은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준생을 걸러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2년 간의 취업 준비 끝에 지난해 말 외국계 대기업에 합격한 서울 K대학 출신 김모(30)씨는 "여러 스터디에 참여해봤지만 불성실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고생해서 얻은 정보만 얻고 입을 다무는 '얌체족'도 많이 겪었다"며 "결국 스펙이 좋고 면접 경험이 있는 취준생들끼리 모여야 고급 정보도 모이고 취업 성공률도 그만큼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취업전문포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취업이 목적이어야 하지 취업 스터디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며 "취업스터디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 뿐 정답은 아니다. 취업스터디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각도에서 정보를 모으고 능력을 개발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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