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고리…107손말이음센터, 들어보셨나요?

청각·언어장애인 위한 지원, IT기술 이용한 통신중계서비스까지 왔지만…인식은 여전히 ‘수화’ 시대

"자기가 평생 스스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대요. '중계사님, 제가 처음으로 음식을 주문해 먹었어요'라며 환호하는 모습을 본 순간이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이죠."

손말이음센터/사진=김윤주·피혜림 기자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한 편에 자리한 '손말이음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다. 높게 드리워진 칸막이 사이로 중계사들이 청각·언어장애인의 손짓을 음성으로 전달한다. 청각·언어장애인이 문자나 영상통화로 107손말이음센터에 서비스를 요청하면 중계사가 비장애인에게 음성통화를 걸어 청각언어장애인의 수화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방식이다. 현재 37명의 중계사들이 투입돼 무료로 365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2010년 약 38만 건에서 지난해 약 72만 건으로 이용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센터가 문을 연 지 6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하루 평균 처리량은 2000여건에 달한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분야는 쇼핑이다. 지난해 전체 통화 중 67.2%가 쇼핑 업무에 집중됐다. 센터 측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배달 음식 주문이나 숙소 예약 등의 직접 구매를 많이 한다"고 말한다. 통화를 할 수 없는 이들에겐 신세계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네일아트샵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는 한 이용자는 "예전에는 가게에 찾아가 연락처를 받은 후 다시 문자로 예약했다"며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이제야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영 손말이음센터장이 통신중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사진=김윤주·피혜림 기자

이전까지 청각·언어장애인은 3~4명에 불과한 시군구 소속 수화통역가의 손을 잡고 비장애인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어디서든 비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다. 통신중계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각·언어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는 한국어와 구분되는 하나의 공용어다.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며 수화도 하나의 언어인 수어(手語)로 인정받았다. 청각·언어장애인이 필담이나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보다 중계사를 통한 통역을 선호하는 이유다. 서영 센터장은 "수화는 조사, 존칭어가 없고 어휘도 음성언어보다 적다"며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음성언어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통신중계서비스 이용량은 늘고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주된 이유다. "청각장애인 요청으로 대신 연락 드렸습니다"라는 안내만으로도 사람들은 통화를 거부한다. 센터에 근무하는 강공식 수석연구원은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하면 도움 요청이나 기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무 중인 손말이음센터 중계사/사진=김윤주·피혜림 기자

수화 통역가에 대한 구시대적 인식 또한 통신중계서비스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수화통역 업무를 노동이 아닌 봉사로 여기는 고정관념은 국내 통신중계서비스의 양적 성장을 가로막는다. 손말이음센터의 중계사들은 지난해 3.5%의 임금 인상을 위해 5년을 기다려야 했다. 더딘 처우 개선으로 중계사들은 손말이음센터를 떠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전가된다. 현재 센터는 37명의 중계사로도 10건 중 약 3건의 중계서비스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당초 40명을 고용하고자 했던 손말이음센터는 다음 달이면 10명이 부족한 30명으로 운영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야한다는 압박감과 24시간 운영으로 인한 탄력근무제에도 다른 유사 센터에 비해 급여가 낮기 때문이다. 동시통역가의 일종인 손말이음센터의 중계사에게 국가에서 책정한 임금은 월 평균 200만원에 불과하다. 센터 운영비를 비롯한 추가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온전히 보전 받지 못한다. 서 센터장은 "수화통역도 일반 직업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적 입장으로 전달할 때 더 좋은 통역이 될 수 있다"며 "양질의 중계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수화 통역가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본부 피혜림 기자 pihyerim@asiae.co.kr김윤주 기자 joo041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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