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유엔韓대사 '어떤 대선후보라도 대북 강경정책 지속해야'

보수·진보 이념과 대북정책·외교적 현실 달라펀더멘털 변화 없는 다자간 만남 의미 없어

유엔 주재 조태열 한국대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어떤 후보가 (제19대 대선에서) 당선되더라도 대북 정책은 강경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봐야죠." 유엔 주재 조태열 한국대사가 차기 정권에서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북 제재와 압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이 첨예하게 얽힌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방식을 유지하는 것 뿐 이라는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조 대사는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의 다자 외교 : 도전과 비전'이라는 강연에서 "미국 지인들 중에는 한국 차기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 파병 등 필요한 정책들은 시행했다"며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용적 동맹 관계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 이념은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대사가 대북 제재와 압력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북한의 상황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장 최종 단계에 근접했고,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수십년간 해 온 방식을 고수해선 안 될 때로 여기는 셈이다. 그는 '만약 최악의 경우 북한이 남한과 전쟁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안보 총책인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인용, "(전쟁을 피하기 위한) 최고의 옵션이 지금의 대북 압박 정책"이라고 답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고, 이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압박보다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펀더멘털 자체가 변하지 않은 채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의미 없는 만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전략적인 자산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중국의 생각, 비핵화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생각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지속했던 방식 그대로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조 대사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비슷한 정치적 상황, 경제적 상황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가 참여하는 국가협의체(믹타·MIKTA)와 같은 모임을 통해 경제적 논의를 할 수 있고 필요시 정치적 제재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믹타는 2013년 UN 총회에서 이들 국가들이 외교부장관 회의를 한 것으로 시작돼 일종의 국가협의체로 발전했다. 그는 한국의 외교적 역할을 크게 ▲선진국-개발도상국간 연결고리 역할 ▲개발도상국 지원·후원 ▲글로벌 이슈 의제설정 등으로 보고,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한고 행동한다면 국가주의가 팽배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의 비전이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한 노정호 컬럼비아대 교수,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사, 토마스 번(Thomas J. Byrne)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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