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관리' 들어간 정부, 탈북민 단체 면담
정부 "기존 입장대로 자제 요청은 안할 것"
'오물풍선은 전단 탓' 北 논리 안 휘말린다
불필요한 자극, 우회적으로 자제 당부할 듯
정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단체들과 간담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살포 자제'까지 요구하진 않더라도, 우회적으로 상황의 안정을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 단체 등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간담회 참석 여부를 확인하며 일정을 조율 중이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탈북민 단체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소통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 간담회를 따로 마련하는 건 긴밀한 소통을 계속 이어가는 차원이란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되도록 조속하게 관련 단체들과 만나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며 "단체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은다기보단, 가능한 대로 몇곳이라도 만나서, 사정에 따라서는 '일대일'로도 면담을 진행하는 등 만남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우리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지난달 말부터 네 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대거 살포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식별한 양만 최소 1600개에 달한다. '정보 전파'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북전단과 달리 분변·쓰레기 등을 남측으로 단순 살포한 것이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이 띄운 오물풍선도 '표현의 자유'라는 궤변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북 단체들이 전단을 추가 살포하고, 우리 정부 역시 6년 만의 대북 확성기 재가동으로 응수했다. 북한도 오물풍선을 거듭 살포하는 식으로 맞받아치면서 접경 지역 등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간담회가 마련되는 것인 만큼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전단에 관한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이번 간담회에서도 살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여정 하명법'이라 불리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다. 헌재의 판단은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등을 존중해야 하며, 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처벌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정부도 이에 따라 자제를 요청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지난 9일 대북방송을 재개한 뒤 확성기를 추가로 가동하지 않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자제 요청'까진 하지 않더라도, 대면 간담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상황의 안정'을 당부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오물풍선 살포가 대북전단 탓이라는 북한의 억지 논리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전단을 오랜 시간 비공개로 살포해온 단체들이 많은데, 북한이 그때마다 문제 삼거나 도발하진 않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전단 살포를 불필요하게 알리거나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해서 맞대응을 유도하지 않도록 당부할 필요는 있겠다"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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