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최저임금 10배 월급 제시해
다만 출전 없이 계속 복역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남성 죄수에 이어 여성 죄수까지 참전시키려 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재소자 출신의 두 여성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참전시키기 위해 지난달 말 교도소에서 일군의 여성 재소자들을 석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군 모집 담당자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교도소를 돌며 여성 재소자들을 모집했다고 전했다. 다만 외신은 이 모집이 단일 사례인지, 시범 프로그램인지, 혹은 대규모 계획의 일환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가을부터 러시아 당국은 여성 재소자들도 모으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복을 입은 신병 모집책들이 여성 교도소를 돌면서 여성 수감자들에게 입대를 제안했다고 전해졌다. 이들은 사면과 함께 1년 동안 최전방에서 복무하는 대가로 한 달에 2000달러(275만원)를 주겠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 최저임금의 약 10배에 달한다. 그러나 입대하겠다고 자원한 약 40명의 여성 재소자들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여전히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고 전 재소자들이 전했다.
또 여성 재소자들이 입대 후 전방에서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신병 모집책들은 여성 죄수들에게 저격수·의무병·무선 통신병 복무를 제안했는데, 이는 그간 러시아 여성 군인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양상과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군 모집책이 설명한 내용이 위험해 보였는데도 동료 수감자들이 입대를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러시아 교도소의 열악한 상황이 일부 여성 재소자들이 입대하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재소자들은 항상 침묵을 지키며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서도 교도소 내 톱질 작업장에서 하루에 12시간씩 강제 노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여성 재소자 차출 이전에도 남성 재소자들을 용병으로 뽑아 최전선에 투입해왔다. 죄수들은 6개월짜리 계약을 맺고 러시아 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용병 그룹에 합류했는데, 이들 중에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 중이던 흉악범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복무 후 사면된 흉악범들이 사회에 복귀한 후 다시 살인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여러 건 발생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이어가는 우크라이나도 병력 난에 시달리면서 수감자들을 전장에 동원하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군 복무 조건 가석방제도를 도입했고, 수감자 약 3000명이 군 복무에 지원했다고 알려졌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