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KDI '당장 추경 필요없어…FTA 재협상 큰 영향 無'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상반기 경제전망을 2.4%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2월 제안했던 추경도 당장은 할 필요가 없다며 의견을 변경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라고 답했다. 아래는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과의 일문일답. -추경에 대해서 달라진 입장을 말씀하셨지만 재정이 부양에 기여하기보다는 재정건전성을 관리해야하는 측면을 강조했는데 이유가 뭔가. ▲추경은 편성요건이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추경편성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현시점에서는 추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KDI 포지션이 바뀐 것은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고, 트럼프가 이야기하던 공약들이 세계경제 전반의 성장세를 흔들 정도였기 때문인데 트럼프 정부를 3개월 정도 보니 예상만큼 강경일변도는 아니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주요국 경기하방압력이 나아지면서 예상외로 세계경제가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당장 저희도 추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통상분쟁 과정에서의 중국의 경기둔화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진 않다. -대선후보들이 당선되고 나면 추경을 하겠다고 하는데 KDI의 판단은 그와 반대되는 것인지. ▲대선국면에 들어서면서 후보들이 여러 공약을 말하고 있고 거기에는 상당한 재정부담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원칙으로 돌아가 보면 추경편성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위한 방안이지 다른 용도로 규정된 바는 아니다. 그런 목적 하에서 추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일정 부분 재정이 소요되는 부분이 있을 텐데, 재정 마련을 어떻게 할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항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제도보완, 설계를 통해서 가자고 조언한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설 때마다 여러 가지 공약이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된 것도 안 된 것도 있다. 그것을 감안해보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한 스텝씩 밟아가는 것이 좋지 않나 한다. -펜스 부통령이 FTA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늘 수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올해 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예상외로 일찍 실현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무역수지흑자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한미FTA가 체결된 이후에 자동차 부품 등을 제외한 타업종의 무역수지라던지 상품수지는 크게변한 게 없다. 한미FTA 개선이라는 표현을 봤는데, 전면적인 재협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 대한 협상이 아닐까 하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FTA를 개선하기위한 협상을 시작하면 테이블세팅에도 시간이 걸리고 그 이후에도 현안이나 이해관계 조율과정이 꽤 오래 걸린다. 오늘 나온 뉴스하나로 충격을 받거나 네거티브 포지션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나. ▲작년 전망했을 때 올해 상반기에는 어떻게든 정리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전망했었기 때문에 이번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린 요인은 아니었다. -성장률 전망 상향 전제는?▲그때와 세계경제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세계경제가 쉽게 반등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가 마음속에 있었는데 올해는 많이 좋아지고 투자도 살아나면서 내수에서도 살아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요인이다. -금융정책에서 거시건전성 강화하라는 건 LTV·DTI강화 의도한 것인가?▲LTV·DTI 관련해서 거시건전성 강화하라는 것을 말한 것은 과거 완화했던 것을 포함하는 이야기다. -주주의 손실흡수력을 상향하라는 것은 수은·산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채워 놓으라는 이야기인가. ▲(황순주 KDI 연구위원)기본적으로 납세자가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손실 분담하자는 뜻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대주주의 여력을 확장하자는 것이고, 수은·산은에 대한 메세지가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정부비중을 줄이고 민간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2.9%로 봤는데, KDI는 오히려 2.5%를 제시했다. ▲지금의 수출개선은 반도체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수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내부적으로 봤을 때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라는 두 요인은 다른 나라와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게 사라지고 나면 성장률을 깎아먹을 수 있다고 본다. 민간소비도 좋지 않고, 내년에도 크게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올해보다는 내년 성장률이 좋지 않다.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이 2% 중반에 머물러 있어서 하방위험은 낮아졌지만 그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은 아니다. 지금 당장 2% 물가가 올라갔다고 해서 안착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여전히 근원인플레 낮고 근원물가도 1%대다. 그러므로 유가 기저효과 사라지고 나면 연말부터 다시 하락할 것이며 1% 중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증세는 여전히 반대하는가.▲반대하는 건 아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변방에 속해있고 스몰 이코노미이기 때문에 재정이 마지막 최후 보루로서 거시경제를 떠받칠 수 있다는 신뢰감이 뒷받침되어야 경제주체들이 안정감 있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40%인데 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효율적으로 써야한다. 필요하다면 증세라는 것도 통해서 조세부담을 확대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불가피하지 않겠나. 지금은 하기 힘들다고 본다. 재정지출 사이드에서도 효율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런 노력들이 선행된 다음에도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증세라는 주제를 테이블위에 올리고 어떻게 구성할지 충분히 논의를 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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