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영화 '모놀리스' 포스터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영화는 현실보다 몇 걸음 앞선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허무맹랑한 실생활의 생각들도 스크린안에서는 보란듯이 이뤄진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는 미래를 그리는 예고편인 셈이다. 이달 개봉하는 영화 '모놀리스'는 자동차 산업과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인공지능 자동차 모놀리스 안에 홀로 갇힌 아이를 구하려는 여 주인공의 처절한 모습을 그린다.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지만 기계문명의 허점과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울리는 내용이다. 모놀리스는 나노 기술을 적용한 방탄 차체에 초박형 방탄 창문과 각기 다른 위험을 감지하는 25개의 센서와 독자적인 잠금 모드까지 갖추고 있다.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차 외부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며 운전자와 대화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릴리스'라는 이름의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도 탑재돼 있다. 자율주행은 기본이다. 현실로 돌아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첨단 기술 집합체가 영화 속 모놀리스인 것이다. 그 모습이 언제 실현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최근 열린 2017 서울모터쇼에서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이미지:아시아경제DB)
수년 내 음성으로만 자동차를 조작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모터쇼에서 "블루링크, 아이오닉 위치가 어디지? 출발 준비해줄래?"라는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의 음성 명령에 따라 스스로 움직인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봤다면 들 수 있는 생각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상용화를 앞둔 사물인터넷(IoT) 기반 커넥티드카 기술을 뽐냈다. 자체 개발 중인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도 소개했다. 음성인식 기기에 말을 걸어 자율주행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제어하는 홈투카 기술 외에도 차량 안에서 집안 가전제품 등을 제어하는 카투홈 연동 기술을 시연했다. 기아차도 모터쇼 한쪽에 '커넥티드카 IoT 존'을 만들어 SK텔레콤 '누구' 인공지능 스피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차량 통제 시스템을 전시했다. 기아차는 누구를 통해 자동차 시동 걸기, 위치 파악 등의 기능을 선보였다.선보인 기술들이 현실이 된다면 손가락 하나 안움직이고 말로 차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심지어 퇴근길 차 안에서 집에 있는 밥솥을 작동시켜 저녁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기술을 2019년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미래 기술에 많은 돈을 쏟고 있다. 포드는 올해부터 5년간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아르고 AI'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해 기술 개발에 나섰다. 아르고 AI는 포드의 자율주행차용 가상드라이버시스탬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와 로봇공학 기술을 지원한다. 이 가상드라이버시스템은 AI기술 중 하나인 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하며 향후 포드 자율주행차에서 핵심역할을 한다. 포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오는 2021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고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을 2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요타 콘셉트 i (사진=AP연합)
도요타 역시 스탠포드 대학, MIT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5년간 5000만달러(약 575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곳과 다르게 도요타는 '사람' 만드는 데 꽂혔다. AI 리서치센터를 각 대학에 지어 완전자율주행 기술보다 먼저 인간 중심의 AI비서를 만드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도요타가 생각하는 AI비서의 모습이 언뜻 그려졌다. 콘셉트카 '아이'는 AI를 기반으로 운전자의 표정과 몸짓 등을 파악하며 감정까지 읽어낸다. 이 차량은 운전자가 피곤하거나 졸음운전을 할 때 자율주행모드로 전환해 차량 사고를 막는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감정과 주행 데이터를 비교 확인하는 '이모션 맵'을 통해 개인의 감정, 취향을 모아 빅 데이터로 활용한다. 도요타는 "때론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서로 돕는 모빌리티 팀 메이트를 구현한 자동차"라고 정의했다. 콘셉트카 아이는 빈 도로에서 실험을 계획 중이며 기술 일부가 적용된 실험 차량으로 일본 도시를 주행할 예정이다. 언제 실현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미래차가 지난 130년 자동차 역사가 사회 전반을 바꾼 것보다 더 큰 폭의 변화를 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자동차산업은 모든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직장에 갔던 것이 앞으론 자율주행차를 타고 차 안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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