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발로 뛰는 MDG마켓 박영근 신선식품팀장 VS 11번가 서법군 신선식품팀장 전국 방방곡곡 누비벼 산지 신선식품 입점 친환경 식자재 스타트업·지자체 제휴로 윈윈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온라인 장터 '오픈마켓'은 이름처럼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배송기간이 사나흘씩 걸리는 탓에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들은 오픈마켓 입점이 터부시됐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시장에서 배송 경쟁이 불붙으면서 소비자가 주문 후 상품을 받는 기간은 하루 안팎으로 단축됐고, 의류 등 공산품을 주로 취급하던 오픈마켓에서 신선식품 분야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국내 오픈마켓의 삼각편대 중 하나인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은 최근 프리미엄 식품관 '지테이블'을 오픈하고 샐러드와 과일부터 삼겹살까지 판매하고 있다. 경쟁자인 SK플래닛의 11번가도 대형마트 MD(상품기획자) 출신들로 구성된 신선식품팀을 꾸려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박영근 G마켓 신선식품팀장
◆"아빠의 마음으로 골랐습니다"= 박영근 G마켓 신선식품팀장은 최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다. 강원도 산골짜기 배추밭과 해남 고구마밭 등을 찾아 G마켓 입점을 추진했다. 2011년부터 신선식품 안심 구매 캠페인 'G마켓이 간다'의 일환으로 식품 검증단을 꾸려 신선식품의 생산부터 가공, 포장, 배송까지 전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고, 이를 소비자들이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산지와 생산자를 공개하는 생산자 실명제도 도입했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에 대해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박 팀장은 "다섯 살과 일곱 살인 두 딸에게 먹이는 식품이라 생각하고 아빠의 마음으로 골랐다"면서 "회사의 이익을 확보할 뿐 아니라 산지 농민과 어민 등 셀러에게 제값을 주면서, 소비자와의 소통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G마켓 신선식품 판매는 2013년 7% 증가에 그쳤지만 2014년 13%, 2015년 12%에서 지난해 26%로 두 배나 껑충 뛰었다. 박 팀장은 최근 지테이블이라는 식자재 전용관을 선보였다. 간편 샐러드 3종을 비롯해 미니채소 5종, 오렌지 1박스 등 채소와 과일은 물론 마늘양념갈비와 삼겹살, 참치회와 바지락, 메주까지 동네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신선식품부터 산지를 찾아가야 구할 수 있는 상품들로 채웠다. 엄선된 프리미엄 식재료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로 오픈마켓의 장점을 살렸다. 그는 "이커머스시장은 치킨게임 위주로 진행되면서 신선식품도 적자 상품만 판매돼 품질이 떨어졌다"며 "누구나 건강하고 싶고 저렴한 가격에 신선식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만큼 소박하고 질 좋은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색다르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자제품 회사 캐논의 엔지니어 출신인 박 팀장은 2000년 프랑스계 할인점 카르푸르에서 수박 나르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통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가공식품 담당 바이어를 거쳐 2007년 G마켓에 입사해 17년째 유통밥을 먹고 있다. 그는 "예전엔 산지에서 '온라인은 싸구려 물건 파는 데 아니냐'며 상품을 안 주려고 했는데 최근에는 팔아달라는 연락이 온다. 소비자들이 남긴 상품평을 볼 때마다 짜릿짜릿하다"면서 "온라인에서 신선식품을 많이 구매할 수 있도록 질 좋은 상품을 더 많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택과 집중의 승부사= 서법군 11번가 신선식품팀장은 최근 식품 스타트업(창업) 육성에 정성을 쏟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양질의 식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셀러를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해서다. SK플래닛이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친환경 식재료 기업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것처럼 특색 있는 푸드 스타트업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라는 것. 서 팀장은 "신선식품은 소포장과 당일배송 서비스가 중요한데 그 부분은 우리와 같은 오픈마켓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 "홈플러스와 제휴해 신선식품 배송을 강화하고, 가락시장 상품을 당일배송하는 '가락24' 등 잘하는 파트너와 협력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물류 인프라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파트너와의 제휴를 늘리는 데 한몫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제휴를 확대하고, 검증된 생산자와의 거래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요리 애플리케이션 '이밥차'와의 제휴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 팀장은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의 경우 아직 소비자의 신뢰가 부족한데, 이밥차의 경우 30~40대 여성에게 신뢰도가 높다"면서 "신선식품의 주 구매채널로서 11번가의 신뢰를 높이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에선 달걀이나 두부 등 신선도가 높게 유지돼야 하는 신선식품은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과일이나 고구마, 닭가슴살 등 비교적 유통기한이 긴 신선식품이 불티나게 판매된다. 다이어트 등 목적성이 분명한 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은 가격경쟁력이 큰 오픈마켓에서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해 생산자를 발굴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서 팀장의 주된 임무다. 11번가 신선식품팀은 오프라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근무하던 경력직 MD들로 구성됐다. 서 팀장은 현대백화점 출신으로 수산물 식품회사를 직접 창업해 경영하기도 했다. 유통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경험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백화점에 있을 때는 검증된 대규모 생산자 위주로 거래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입점이 안 돼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면서 "오픈마켓은 그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소규모 농가가 들어와 판매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어 보람 있다"고 전했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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