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아동과 함께 읽는 그림책 '소리산책'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흩날리는 벚꽃의 이름을 처음 알려준 날, 다섯살 아이는 "벚꽃이 참 팝콘처럼 생겼네"라고 감탄했다. 그 표현이 너무 우스워 "그럼 벚꽃에선 무슨 향기가 날까"라고 묻자 아이는 떨어진 꽃잎을 한가득 주워 코 앞에 가져가며 "음, 고소한 냄새가 나요"라며 능청을 떨었다. 반짝이는 햇살, 부드러운 바람의 감촉, 싱그러운 풀내음, 새와 곤충의 작은 움직임까지…. 4월은 그야말로 산책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소리 산책'은 금발머리 꼬마 여자아이가 아빠, 강아지와 함께 동네와 공원을 걸으며 경험하는 다양한 소리의 축제를 그렸다. '사각사각' 보도블럭을 긁어대는 강아지의 발톱 소리, '뚜벅 떠벅' 걸어가는 아빠의 구두 소리, '휘유우~쉭' 길모퉁이를 돌아가는 자동차의 바퀴 소리, '딱딱딱' 멀리 공원 숲의 딱다구리 소리 등이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됐다. 익숙한 듯 정다운 풍경은 산뜻한 수채화로 책 속에 담겼다.말을 줄이고 이런 소리들에 집중해 걷다 보면 놀라운 경험이 펼쳐진다.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늘 듣던 소리가 새롭게 들리는 동안 오감이 열리면서 마법의 순간처럼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소리 산책' 놀이를 하며 들리는 모든 것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 마음을 열고 선입견을 내려놓은 채 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찰력이 좋아지고, 잘 들은 소리를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창작이 된다. 주말 아침, 마침 미세먼지가 잦아든 틈을 타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길에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같이 TV와 유튜브,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좁은 화면에서 빠져나와 넓고 푸른 자연을 마주하게 해주자. 특별한 소리들과 함께 따스한 봄날을 만끽하다 보면 우리 몸 속에도 생동하는 봄 기운이 가득 차오를 것이다. 폴 쇼워스 글/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그림/문혜진 옮김/불광출판사/1만2000원.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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