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朴·최씨일가 '오랜 인연의 경제공동체' 입증 총력

박근혜 전 대통령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30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 즉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소명하고 공모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들과의 형평성,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어 구속이 불가피함을 설득한다는 게 검찰의 전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단순하게 조언을 듣고 의견을 구한 정도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탕으로 검찰의 논리를 깨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조사 때 그랬다고 알려진 것처럼 자신이 직접 이득을 취한 일은 없다는 주장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틀전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공동으로 운영했다고 적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기업들을 압박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최씨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씨에 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오랜 인연을 부각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최씨를 "1975년경 설립된 대한구국선교단의 창립자인 최태민의 딸로써, 1979년 새마음봉사단 산하 새마음대학총연합회 회장으로, 1986년경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으로, 1989년경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인 한국문화재단 부설연구원 부원장으로 취임해 활동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왔다"고 묘사했다. 검찰은 또한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서로 그를 보좌한 점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구체적인 선거전략을 협의해 결정한 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가 각종 비밀문건을 제공받은 점 ▲차명폰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직접 통화한 점 등을 제시해 둘의 관계를 강조했다. 검찰은 나아가 차명폰 통화 등의 방법으로 최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나 미얀마 대사 인선, 민간기업 대표이사 임명이나 정부의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에 깊이 개입했다고 밝혔다.검찰은 아울러 최씨가 1990년경 자신의 어머니 임선이씨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매매계약을 맺고 대급을 지급했으며 이후 직원을 시켜 관리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관저와 안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주도했다고 적시했다. 최씨가 1998년부터 박 전 대통령 의상 제작비용을 대납하고 의상실 운영까지 도맡은 점도 기재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이처럼 자세히 기술한 건 대부분의 혐의가 최씨와의 공모 행위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핵심 혐의인 삼성과의 뇌물수수와 관련해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범죄로 규정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 대기업 인사 및 일감 관련 압박 혐의 등 13개 혐의를 모두 기재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의 범죄사실을 법원에 밝힌 뒤 혐의가 중대한데도 박 전 대통령이 계속 부인해온 점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수 차례의 대면조사 요구를 잇따라 거부하고 청와대에 대한 온전한 압수수색을 막은 점도 증거인멸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거론될 전망이다. 검찰은 동시에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13명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실을 강조하며 '형평성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속이 불필요함을 직접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예정대로 심문에 임하면,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뒤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심문을 받은 사례로 기록된다.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지난해 '태블릿PC' 보도 직후 대국민담화 때 내놓은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씨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 도움을 준 지인이고, 연설문의 표현 등에 있어서 의견을 참고했을 뿐'이라는 게 요지였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 때도 이 같은 주장의 틀을 유지하면서, 이후 드러난 각종 공모의 정황을 두고도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삼성동 자택'에서의 주거가 분명한 데다 쉽게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사정이고 검찰이 주장하는 증거들은 이미 법정 등에서 현출이 돼 인멸의 여지가 없다는 식의 주장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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