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0년내 사라질 확률 11%…언론사, '봇기자'편집국으로

미디어로 입사하는 AI, 기사작성 능력·지식 더 뛰어나…기자 대체 봇물 예고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AI와 미디어 사이, 인간은 없다?인공지능 이론으로 바라본 AI와 미디어 융합영화 ‘스타트렉’이 보여주는 장수와 번영의 시대, 그리고 ‘터미네이터’에 쫓기고 투쟁하는 시대는 인공지능을 만들고도 그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역설을 정반대의 입장에서 그려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 게티이미지

영화에서 AI가 '나를 죽일 것인가'하는 공포는 이내 현실에서 AI가 '내 일자리를 뺏을 것인가'의 공포로 치환되며, 영화 속 전쟁과 빈부격차 없는 세계는 현실의 3D업종과 단순노무를 저비용 고효율로 처리하는 AI의 능력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어느새 인공지능은 블루칼라 노동영역의 자동화를 넘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자신해온 증권분석, 법률상담, 그리고 기사작성까지 척척 해보이며 인간의 전문직종을 ‘탈숙련화’ 영역으로 단숨에 끌어내리며 노동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영화 '엑스마키나' 에이바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칼렙 / 사진=UPI코리아 제공

철학하는 AI먼저 인간 고유(라 자신하던)의 전문화된 영역에 대한 인공지능의 ‘침범’은 AI의 사고와 판단 프로세스가 어느 지점까지 왔나 하는 질문을 가능케 한다. AI는 어떤 사안에 대해 결정함에 있어 주어진 데이터의 경중을 파악, 지식과 전문성을 적용한 뒤 불확실성에 따른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예측하며 새로운 정보에 기초해 계획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판단에 따른 결과를 관찰 후 기호추론을 통해 행동의 방향을 직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IBM이 내놓은 인공지능 왓슨이 2011년 퀴즈쇼에 등장해 은유와 비유를 능란하게 구사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면 인공지능의 이 같은 사고과정은 오히려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논리적이며 타당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그간 창의력을 오직 인간의 두뇌가 갖는 전유물이라 생각했지만, 인간의 뇌조차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 발명된 정교한 기관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정교한 추론능력을 갖춘 AI는 칸트가 표현한 ‘이성적인 비지상적 존재’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최근 다각도로 이뤄지는 인공지능 연구들 중 창의력을 갖춘 기계 프로그래머들이 유전자 프로그래밍 기법을 도입하는 작업은 스스로 진화가 가능한 영역으로 인공지능이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AI 기자의 등장, 그 실력은? 독자를 설득하고,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 일목 요연히 전달하는 기사작성의 영역은 여태껏 전문 기자들만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등장한 AI 기사작성 프로그램이 내놓은 기사들은 일부 분야에 한해 인간 기자가 쓴 것과 구별이 어려울 수준으로 빼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기존의 스포츠 경기나 날씨와 같은 단순한 수치 나열 기사가 아닌, 특정 사건을 놓고 인간 기자가 집어넣고 싶어할만한 대상의 기본적 특성과 통계적 분석을 통해 두드러진 사건의 지점을 가려내고, 전체적 흐름을 요약해 작성된 기사를 써낸 AI의 기술력은 인간 기자의 업무효율성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2연패를 당한 가운데 인공지능 로봇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보여주는 영화 아이, 로봇이 눈길을 끈다. / 사진=20세기 폭스 제공

일례로 LA타임즈의 Quakebot은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해 10초 내에 송고하는데, 단순 정보 가공이나 속보성 기사 작성은 인간기자의 순발력이 AI의 알고리즘을 당해낼 수가 없는 상황. LA타임즈는 지난 2013년 디자이너와 기자 11명을 해고함과 동시에 AI 기사작성 프로그램의 적극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살아남거나, 사라지거나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이 내놓은 ‘582개 직업의 로봇 대체 확률’ 연구에서 기자는 향후 20년 내 사라질 확률이 11%, 582개 직업 중에서 158위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고용주들이 학력을 떠나 대졸자들도 잘 못한다고 불평하는 분야 중 대표적인 것이 글쓰기라는 점이다. 현장을 발로 뛰고, 직감을 발휘해 사건을 적어 내리며, 때때로 사람을 마주하고 그의 머리와 가슴 속 생각과 마음을 인터뷰를 통해 끌어내는 일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사고는 안일한 착각에 불과하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치료 연구에 사용된 AI 엘리는 가상 심리치료사로 퇴역 군인과의 면담에서 그가 안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놀랍도록 정확히 밝혀냈는데, 상대의 말과 표정을 데이터로 읽어내 감정을 파악한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 기자의 인터뷰 능력을 곧 위협할 것이라는 예측은 가정이 아닌 근 미래의 위협이다. 컴퓨터 학자 에츠허르 테이크스트라는 “기계가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잠수함이 항해를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했다. AI의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끊임없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통계적 관계를 찾아냈음은 물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왕성한 호기심과 창의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인간 기자는 퓰리처상을 놓고 방대한 데이터 알고리즘을 주 무기로 한 AI 기자와 겨뤄야할지 모른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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