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고려한 가구…20년 '묘한 사랑'을 담았죠

인터뷰-고양이 집 제작 반년만에, 반응 뜨거운 은영상 대표

사진=고양이가 고양이 집에 들어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 은기호 제공.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프랑스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에선 고양이가 주인의 출세를 돕고 공주와 결혼까지 하게 만든다. 가구 디자이너 은영상(42)씨도 마찬가지다. 기르던 고양이 덕분에 직업까지 바꿨고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반려묘 '기호(아비시니안종, 2살)'는 그에게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은씨는 지난해 반려묘 동호회서 만난 이영선(38)씨와 함께 고양이 전문 가구 브랜드 '은기호'를 론칭했다. 자신의 성과 반려묘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명이다.20살 때 처음 고양이를 기른 은씨는 "고양이는 밀당의 고수"라고 표현했다. 고양이의 풍부한 표정, 섬세한 감정이 좋았다. 그 예민함은 디자이너라는 자신의 직업과도 잘 어울렸다. 그런데 오랜기간 집사(고양이 주인) 생활을 하다보니 고양이의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는 "한국 시장에 나온 반려묘 제품들은 거의 개와 고양이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급기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고양이만을 위한 가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은영상씨가 가구를 작업중인 모습.

은씨는 고양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경사각, 집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2년간 연구했다. 그 결과 은기호의 주력 상품인 고양이 집 '메세타'가 탄생했다. '메세타'는 숨바꼭질하다가도 주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고양이의 심리까지 헤아렸다. 가구 모양이 비뚤어 고양이가 숨은 뒤에도 고개를 내밀면 주인을 볼 수 있다. 또 주인이 고양이와 자연스레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각도로 설계했다.

사진=은영상 씨가 만든 고양이 집과, 밥그릇 모습.

'메세타'는 반려묘를 기르는 이들에게 '잇(it) 아이템'이다. 30만원대로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들이 많다. 은기호 제품들은 지난주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서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고양이 집의 경우엔 매달 30여건의 주문이 들어오고, 식기류 같은 경우엔 5배~6배 수요가 더 많다. 압구정 갤러리아의 프리미엄 반려용품점 '펫부티크'에도 입점했다. 브랜드 론칭 6개월 만의 일이다.인기 비결은 고양이와 사람을 모두 고려해서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은씨는 "사람이 보기에 예쁜 것은 고양이들이 불편하고, 고양이에게 편한 것은 집이랑 조화가 안된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가 오래 유지되려면 둘 다 고려한 제품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은씨의 목표는 '은기호'를 통해 반려동물 뿐 아니라 사람들의 외로움까지 달래주는 것이다. 그는 "1인가구도 그렇고, 가족이 있어도 외로운 순간이 있다. 반려묘는 이런 외로움을 위로해주는 존재다. 고양이로 출발해서, 반려식물, 어항까지 위로가 될 수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직접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하다 보니, 몸에 무리도 왔다. 하지만 은씨는 여전히 독자 제작을 고집한다. 고른 품질을 위해서다. 그는 "정성을 들이다 보니 가끔 팔기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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