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기자
일본 최대 크래프트 맥주 제조업체 야호브루잉에서 만든 크래프트 맥주(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의 맥주 제조업체들이 부활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맥주업계가 자국인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 것은 주세법 때문이다.일본 주세법에 따르면 맥주는 일반 맥주, '핫포슈(發泡酒)', 제3의 맥주로 나뉜다. 맥주 원료인 맥아(麥芽) 비율이 67% 이상이면 맥주, 이에 못 미치면 핫포슈다. 제3의 맥주는 핫포슈에 소주 같은 다른 알코올 음료를 섞거나 맥아 대신 완두콩ㆍ옥수수ㆍ대두 추출물을 넣은 것이다.일본 재무성은 맥아 비율이 높은 맥주에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이렇게 해서 아사히그룹홀딩스, 기린홀딩스 등 거대 맥주업체는 핫포슈나 제3의 맥주도 판매하게 된 것이다.일본 맥주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다.크래프트 맥주 제조업체들은 주세법 탓에 대형 업체만 득을 보는데다 핫포슈, 제3의 맥주 같은 유사 맥주가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유사 맥주 제조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이국적 성분으로 특별히 양조한 유사 맥주에는 '맥주' 표기를 붙이지 못하도록 돼 있다. 맥아 비율이 67%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일본 소재 265개 크래프트 맥주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베어드브루잉의 브라이언 베어드 공동 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일본 주세법이 시대에 뒤져도 한참 뒤졌다"고 꼬집었다.재무성은 2020~2026년 맥주 및 유사 맥주에 대한 세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맥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내년의 경우 맥주에 첨가해도 무방한 성분 목록을 확대할 예정이다.이처럼 세율을 조정하고 핫포슈라는 딱지를 없앤다면 일본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급성장할 듯하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갈망하는 일본 경제 활성화에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일본 맥주주조조합에 따르면 일본에서 모든 종류의 맥주 출하량이 12년 연속 줄었다. 도쿄(東京) 소재 시장조사업체 후지게이자이(富士經濟)에 따르면 매출은 오는 2021년까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