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탄핵반대 집회 유혈 사태…2명 사망·욕설·폭행 난무(종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민영 기자]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후 친박단체 등이 벌인 시위가 2명 사망 등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탄핵 반대 시민들은 지나가는 젊은이나 취재기자들을 무차별 폭행하는가 하면 경찰 버스를 부수는 등 분노를 무차별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10일 오후 친박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앞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거친 언사로 집회 참가자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특히 이날 집회 참가자 중 여러 명이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가 2명이 숨지고 1명이 위독한 상태인 등 유혈 충돌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시위 참가자로 추정되는 김모(72)씨가 헌재 인근 안국역사거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발견 당시 김씨는 머리를 다쳐 출혈이 심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심폐소생술(CPR)을 거쳤으나 오후 1시50분께 숨졌다.낮 12시15분께 안국역 인근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 다른 한 남성도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이날 두 사람을 포함해 현장에서 최소 4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최 측은 "경찰 차벽을 뚫다가 8명이 다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위독하며, 나머지도 중상"이라고 주장했다.이같은 소식이 전해지가 일부 참가자들이 집회 장소를 둘러싼 경찰 버스를 부수고 밧줄을 묶어 끌어내리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몇몇 참가자들은 버스 위로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경찰이 말려도 욕설을 내뱉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가 젊은이와 경찰로도 향하고 있다. 한 노인은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나라가 망했는데 생글생글 웃고 있느냐”며 다짜고짜 욕설을 했다. 또 다른 노인은 “젊은 것들 때문에 이 지경까지 왔다”며 “다 가버려”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에게 다가와 태극기로 때리는 참가자들도 속속 목격되고 있다. 한 언론사 기자가 오후 2시 쯤 안국역에서 취재 도중 시위대에 둘러싸여 집단폭행을 당하며 휴대폰가 지갑을 뺏기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노인들이 단체로 경찰 방패를 뺏으려 하기도 했다. 한 노인은 "박근혜 살려내라" "너네가 민주경찰이냐" 등의 말을 퍼붓고는 자리를 떴다. 한 중년여성은 지나가는 경찰에게 "너네가 사람 죽였지"라며 항의했다.
한편 이같은 광기어린 일부 참가자들과 달리 전체적으로는 갈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등 힘이 빠지고 있는 분위기다.일부 노인들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 상당수는 좌절 끝에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 보는 이들이 많다. 태극기 깃발과 배지, 2002 월드컵 ‘비더레즈 두건’으로 꾸민 한 중년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한 무리의 집회 참가자들은 “다 끝났어”라며 집회 장소를 떠났다. 집회장소 근처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오전에 비해 사람 수가 많이 줄었다. 끝났으니 집에 간 것 같다”고 전했다. 집회 참가자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탄기국은 애국가를 반복해서 틀고 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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