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몽니-르포]韓 관광 금지 이후 첫 주말…'끝물에 사람 몰린 면세점'(종합)

'소비자의 날' 기점으로 反韓 더 심해질까 우려

3일 오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화장품관. '후', '디올' 등 인기 브랜드 매장 앞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사진=오종탁 기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국이 너무 미국 편에만 서는 것 아니냐!" "일반 국민 입장에선 크게 못 느끼겠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뒤 첫 주말. 중국의 본격적인 몽니에 면세점들은 후폭풍 리스크를 애써 외면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중국인 쇼핑객들 반응은 엇갈렸다. 다만 중국 '소비자의 날'인 오는 15일을 언급하는 것은 한결같았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평소와 다름없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MCM' 가방을 맨 20대 중국인 남성들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10층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장사진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중국인이다.특히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 매장 앞에는 200명가량이 늘어서 다른 쇼핑객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설화수', '디올', '톰포드' 등 다른 인기 브랜드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점원들에게 사드 여파가 느껴지느냐고 묻자 모두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다리는 중국인들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휴대전화로 상품을 검색하는 등 평범한 모습이었다. 상하이(上海)에서 온 30대 남녀는 "솔직히 (사드 이슈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그저 여행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3일 롯데면세점 본점 내 '젠틀몬스터' 매장 모습.(사진=오종탁 기자)

인근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리뉴얼 공사 소음과 냄새가 심한 가운데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랑곳없이 면세 쇼핑을 즐겼다. 화장품 매장은 물론 MCM, '젠틀몬스터'(선글라스) 등 중국인들 사이에서 '핫'한 브랜드들이 성업 중이었다.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중국인 고객 안내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사드 영향을 전혀 못 느끼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든 어떻든 면세점을 찾는 손님 수는 그대로"라고 전했다.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중국인 고객들도 없진 않았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다롄(大連) 출신 43세 남성은 "미국이 중국 감시용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이 너무 미국 편에만 서서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기찬 면세점 분위기 때문인지 "사드가 싫다"는 중국인 관광객들 표정에서 심각함을 읽기 힘들었다.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면세점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지난 2일 있었던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최악의 규제이자 앞으로 닥쳐올 피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일 오후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이에 한국행 단체관광뿐 아니라 여행사를 통한 자유여행도 불가능하게 됐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앞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주한 중국대사관(사진=오종탁 기자)

중국 당국은 이달 15일 이후 한국 관광 상품을 더는 팔지 말라고 여행사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벌써부터 예정된 한국 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대형 여행사 씨트립(C-Trip)을 통해 한국관광 상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100명 정도가 2일 이후 4일까지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중국 당국의 강한 압박과 국민들의 수긍이 합쳐진 결과다. 국내 면세점 분위기와 달리 중국 현지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점점 달아오르는 추이도 속속 감지된다. 중국 선양(瀋陽)에선 처음으로 롯데 불매 시위가 벌어지는 등 지역 반한 감정이 분출되기 시작해 한국 기업 관계자와 교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롯데백화점 선양점 앞에서 중국인 10명가량이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을 대접하고 승냥이·이리가 오면 사냥총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롯데가 사드를 지지하니 당장 중국을 떠나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신세계면세점 명동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조모(32·여)씨는 "중국 소식을 듣거나 한국 뉴스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오는 15일부터 여행 전면 금지, 불매 운동 등이 시작 될 거란 얘기도 나오더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15일 이후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15일 소비자의 날 행사를 전후로 현지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 기업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중국 CCTV 등 관영매체들은 손 볼 기업을 골라 소비자의 날에 해당 기업의 제품을 '주의 대상'으로 찍는다. 그럴 경우 곧바로 중국의 '애국' 소비자들은 불매라는 행동으로 옮긴다. 면세점들은 소비자의 날이 기폭제가 돼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날을 의식 안 할 수가 없다"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지 못하면 그때부터 미칠 피해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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