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취객 고민상담에 주민 말벗까지…편의점 알바의 존재이유

서울시내의 한 편의점(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3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한빛(여ㆍ24ㆍ가명)씨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부천시의 한 버스 회차 지점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편의점 위치상 손님 대부분이 버스 운전기사와 택시기사들이다. 김씨는 “버스기사나 택시기사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비슷한 나이의 자식이 있는데 지금 군대에 있다’ ‘딸이 대학생인데 취직을 못하고 있다’ 등 이런저런 말을 건넌다”며 “종일 운전만 해 외로워서인지 말할 사람을 찾는 것 같아 기꺼이 말벗이 돼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전국 주택가 골목골목에 3만개가 넘는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편의점 물건 진열 및 판매, 청소 등 기본 업무를 넘어 닭튀김, 커피 등 제조와 판매, 택배 대리수령 역할부터 이젠 동네 사람들의 말벗까지 되고 있는 것이다.주로 외로운 사람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말을 건넨다. 종일 운전대를 잡는 버스기사나 택시기사, 택배기사,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대부분이다.김씨는 최근 한 50대 남성에게 포켓몬고 게임을 알려줬다. 김씨는 “얼마 뒤 그 남성이 편의점에 다시 찾아와 딸과 함께 공원에 나가 포켓몬고를 하면서 오랜만에 산책하고 대화도 나눴다며 좋아했다”면서 “한 가장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 같다 기뻤다”고 말했다.야심한 새벽 시간엔 취객들도 말을 걸어온다. 취객 중엔 아르바이트생에게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덤으로 주는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서울 강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예비 대학생 홍모(20)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술 취한 손님의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게 일이다. 홍씨는 “자정이 넘은 시간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한 묶음씩 사는 술 취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어른들이 참 힘들 게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말을 걸어오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럴까 하면서 끝까지 들어준다”고 했다.어두운 밤 동네를 밝히는 안심지킴이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등 전국 수 천 여 편의점이 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 안심지킴이 집’으로 지정돼 있다. 서울에만 883곳이 운영 중이다.‘여성 안심지킴이 집’은 여성들이 성범죄 등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편의점으로 대피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유사시 비상벨이나 특수 전화기로 경찰에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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