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가 피감기업인 항공사 홍보 직원들을 불러모아 '기사 단속'을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을 틈탄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22일 9개 국적항공사 홍보실장을 대상으로 하는 비상회의를 또 소집했다. 지난 7일에 이어 이달에만 두번째다. 이날 오전 '긴급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오후 4시, 비정상운항 발생시 언론 대응 관련 회의를 진행하니 참석하라'는 지시로 채워졌다. 하지만 정작 회의를 소집한 공무원은 '볼 일이 있다'며 불참했고 다른 공무원이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잇따르는 항공기 기체 결함 뉴스를 홍보실이 적극 방어하라는 국토부의 주문이 쏟아졌다. 국토부가 항공사의 기체 결함을 비롯한 사고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이 '언론보도 유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비정상운항' 상황으로 종료될 수 있는 사고나 장애가 기사화되면 '준사고'로 상향되고 과징금 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말인즉슨, 걸리면 둘다 욕을 먹으니 잘 숨기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결국 국토부가 사고를 조장한다는 얘기다. 사고 사실을 숨기려고 무리한 운항을 감행하고, 무리한 운항이 잦아지면 사고가 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국토부의 갑질과 항공안전감독관제의 폐해에 대해 본지가 '항공사 경쟁력은 떨어지는데...'탄핵정국'에 갑질하는 국토부'라는 제목의 기사로 지적한 날이었다. 각 항공사에 파견된 감독관들이 과징금을 무기로 항공사들에 각종 갑질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이 기사에 대해 국토부는 "억울하면 감사원에 제보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갑질에 취한 국토부의 오만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토부가 갑질을 일삼는 것은 노선권과 규제권을 동시에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근을 주는 기능과 채찍을 휘두르는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노선 배분은 교통부(DOT)가, 안전 감독은 교통안전위(NTSB)ㆍ교통안전청(TSA)가 맡는다. 우리도 차기 정권에서는 산업을 진흥시키면서 안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조직 개편을 해야 할 것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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