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숙박업의 비명]빚내서 시작했는데 2년만에 '쪽박'…폐업 속출에 '자영업=무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대표적인 자영업인 음식ㆍ숙박업 종사자의 제2금융권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내수침체 장기화로 인한 직격탄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기 악화로 폐업 위기에 몰리며 빚을 내 빚을 갚거나 적자를 메우는데 은행보다 장벽이 낮은 2금융권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가 자영업자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대출 증가와 상환능력 악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극심한 경기불황에 일터에서 내몰린 은퇴자와 구직자 등을 중심으로 자영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자영업=무덤'이라는 인식이 생겨날 정도로 실제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가장 만만하게 뛰어드는 식당, 치킨집, 편의점, 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종은 시장상황에 민감해 폐업에 가장 취약하다. 또한 이들은 여유자금이 있어 시작하기보다 대부분 대출받아 사업을 꾸리는데, 음식ㆍ숙박업은 대출 이자율이 0.1% 상승하면 폐업 위험도가 10.6%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내 사업을 한다'는 설렘을 갖기도 전에 대출금 갚을 방법부터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2015년 기업생명 행정통계에 따르면 음식ㆍ숙박업의 3년 생존율은 30.3%, 도ㆍ소매업은 35.0%에 불과했다.
고깃집 프랜차이즈 가맹을 시작한 이모씨는 2년3개월만에 폐업신고를 했다. 4~5년전 먼저 사업에 뛰어들었던 지인을 보고 당시 유행했던 프랜차이즈업체를 골라 퇴직금을 털어 차렸지만 손에 쥐는 돈은 없었다. 이씨는 "2년간 수입은 고사하고 빚만 지고 폐업했다"고 울분을 토했다.경기도 부천시 대학가에서 호프집을 운영했던 서모씨는 "당시 5000만원 가량 대출받아 시작했었는데 폐업 이후 원금 갚아나가느라 살림이 빠듯했다"며 "두 번 다시는 자영업에는 뛰어들고 싶지 않다"고 치를 떨었다. 인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씨도 최근 문 연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인근에 유명 방송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선 이후 개인형 식당인 김씨의 매장에는 손님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150만원에 달하는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자 급기야 건물주는 그에게 기업형 빵집이나 최근 유행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으로 바꿔보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월세를 조금만 늦게 내도 눈치를 주며 업종변경을 권유해왔다"며 "식당 조기폐업률이 2010년보다 5%가량 떨어진 20% 후반대라고 하던데 주변에서 보면 10건 중 8~9개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모텔 이미지(아시아경제DB)

한때 여유자금으로 식당보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었던 숙박업도 최근 매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간의 불황에도 꿋꿋하게 버텼던 업종이었지만, 시장포화와 숙박업소들의 대형화로 소규모로 운영하는 모텔들은 직격탄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수십억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때 빌린 은행 대출금이 폭탄이 돼 돌아올 기미가 보이자 발을 하나둘씩 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매매 사이트 등에는 급매로 내놓은 모텔이 수두룩하다. 11억원짜리 모텔인데 실인수가는 3억원인 것부터 23억원짜리를 현금 5억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있다. 그만큼 융자가 포함됐다는 소리다. 남양주에서 모텔업을 하는 황모씨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매매가가 41억원인데 융자가 37억원까지 가능해 4억원에 뛰어들 수 있었다"며 "금리가 낮았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금리도 오르고 인근에 모텔도 많아져 힘들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부동산이 오를 것 같아서 투자한 것도 있는데 생각만큼 땅값도 오르지 않았다"고 푸념했다.모텔업계 한 관계자는 "숙박업소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텔업자 사장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힘들다'는 소리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울며겨자먹기로 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라도 인수자가 나타나면 당장에라도 팔고 싶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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