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수출반등의 불씨를 살려야할 때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중국의 비단은 과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명품이었다. 중국에 가 본 적도 없고, 중국인을 본 적도 없는 로마인들도 비단은 알고 있어서 중국인을 비단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는 '세레스(Seres)', 중국은 비단을 만드는 나라를 의미하는 '세리카(Serica)'라 불렀다고 한다. 동서 교류의 길이었던 실크로드가 생길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명품 생산국' 중국이 그 옛 명성을 되찾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인 듯하다. 최근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이 1위인 품목 수가 중국이 무려 1,762개로 앞도적인 최다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68개의 1위 품목을 보유하면서 수년간 큰 변화 없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선진국은 1위 품목 수가 감소한 반면 미국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상당수의 우리나라 1위 품목이 중국, 미국, 독일 등 주요 수출국과 격차가 5%p 미만으로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들 국가와 더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까지 세계 1등이었다가 2위로 밀려난 한국 제품 중 47%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주로 저가 제품위주로 시장을 잠식해갔다면 이제는 기술격차를 좁혀가며 기술력이 요구되는 품목에서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숫자로 확인된 중국의 성장과 경쟁력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계시장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는 이제는 청산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기존과 같은 추격자의 전략으로는 도약은 커녕 지금 시장을 사수하기도 힘겨워 보인다. 특히 디지털 무역, 최첨단 기술이 확산되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수출시장에서도 승자독식(winners take all)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새로운 혁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기술로 무장한 수많은 혁신기업을 육성하여 선진국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수출 1위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 만치 달려가고 있다. 중국은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의 창업붐과 사회 곳곳의 혁신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올해 초 열렸던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에서 참가기업의 30% 이상이 중국 기업일 정도로 중국은 이미 기술굴기의 면모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ㆍ사회는 물론이고 내수ㆍ수출ㆍ고용 어디 하나 어렵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 중국 등 강대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고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에 여러 국내외 상황으로 인해 경제이슈가 뒤로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수출이 반등의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고 2월에도 비교적 높은 증가세가 예상된다. 작년 이맘때 수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에 의한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요인을 감안하면 추세적으로 회복국면으로 들어섰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으나 암울한 뉴스만 있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과거부터 수출은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큰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조금씩 보이는 수출 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 경제 전반에 훈훈한 온기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학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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