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모호한 대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계속된 질문에도 황 권한대행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국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거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답변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권한대행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이 가시화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마저 중심을 잃으면 행정부 전체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장·차관을 비롯한 공직사회가 황 권한대행 체제 이후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은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두고 있다. 더욱이 당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김정남 피살 등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조류독감(AI)과 구제역 확산, 실업자 100만명 돌파 등 심각한 경제 문제 등 긴급한 현안이 수두룩하다.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진영에 대한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정치력을 회복하기 위한 결집 효과를 노리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주요 이슈에 대해 야권과 충돌을 일으키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황 권한대행의 한 측근은 "청와대와 여당이 모두 중심을 잃은 상황에서 권한대행마저 야당에 힘없이 끌려다닐 수는 없다"면서 "조금이라도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무게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황 권한대행의 전략적 모호성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에 대한 지지율은 9%였다. 일주일 전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보수 진영에서는 독보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에 야권이 경계감을 낮추지 않는 것도 만약의 경우 대선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대선이 양자 대결이 될지 다자 대결이 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들의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그렇다면 언제쯤 황 권한대행이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면, 가장 유력한 시기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내려진 직후다. 이 경우 황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으로서 두 달 남은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우회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에 대해 한 차례도 직접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불출마'라는 말을 굳이 할 필요도 없다. 황 권한대행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제가 여러 번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지지율에 관한 보도는 저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대선 출마로 선회할 경우, 시기는 유동적이다. 대선 한달 전까지 공직자 신분을 벗으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의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총리가 사퇴할 경우, 그 직무를 부총리가 이어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유일호 부총리가 총리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 부총리가 외교·안보 문제 결정까지 해야 한다. 그 책임은 황 권한대행에게로 넘어간다.황 권한대행의 측근은 "황 권한대행이 여전히 대선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여당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