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5개 주의회 선거 시작…유권자 최다 우타르프라데시州 표심이 좌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인도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5개 주(州)의회 선거가 시작됐다.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29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펀자브, 우타라칸드, 고아, 마니푸르에서 다음달 8일까지 주의회 선거를 치르기로 지난달 4일 결정했다. 개표일은 다음달 11일이다.인도의 주의회 선거일은 법률로 정해진 게 아니라 의원들 임기 만료 전 선관위에서 결정한다. 선거는 대개 지역별로 투표일을 달리 지정해 차례차례 시행한 뒤 투표가 모두 끝나면 한꺼번에 개표한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2014년 5월 총선 당시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후보는 경제개발ㆍ부패근절을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했다. 그러나 이번 5개 주의회 선거에서는 모디 총리의 뜨거웠던 인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현지 언론은 이번 주의회 선거를 지난해 11월 모디 총리가 단행한 화폐개혁의 중간평가 무대로 보고 있다.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8일 오후 8시 30분 TV로 생방송된 대국민 담화에서 500ㆍ1000루피 지폐를 9일 0시부터 사용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갖고 있는 500ㆍ1000루피 지폐는 같은 해 말까지 은행과 우체국에서 신권으로 교환하도록 당부했다.이들 지폐는 통용 중인 전체 화폐의 86%를 차지했다. 모디 총리가 '검은 돈'을 근절한다며 화폐개혁에 나섰던 것이다.인도 정부가 구권 교체 조치를 내렸지만 신권이 턱없이 모자라 농어민의 고통만 가중됐다. 수확한 쌀을 내다 팔아도 신권이 없어 대금은 못 받기 일쑤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다음 농사를 위한 비료조차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떨었다.이처럼 시중에 현금이 부족해져 소비가 위축되는 등 인도 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많은 인도 국민이 검은 돈 근절이라는 화폐개혁의 취지는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주의회 선거로 모디 총리의 정치생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주에서 패해도 그는 정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곳이 우타르프라데시주다. 인구 1억9950만명에 유권자 1억3800만명인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승리할 경우 연방 정치무대에서 확고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아조이 보세 정치평론가는 최근 AP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모디 총리의 BJP가 우타르프라데시주를 잃는다면 그의 신화는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군경의 철통 같은 치안 속에 지난 4일 치러진 펀자브ㆍ고아 주의회 선거 투표율은 각각 83%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5일에는 북부 우타라칸드주, 다음달 4일과 8일에는 동북부 마니푸르주에서 투표가 진행된다.우타르프라데시 주의회 선거는 11일 시작됐지만 땅이 워낙 넓다 보니 7개 구역으로 나뉘어 차례차례 시행된다. 최종 결과는 예정대로 다음달 11일 발표된다.2014년 우타르프라데시 주의회 선거에서 BJP는 80개 의석 가운데 71석을 휩쓸었다. 연방 하원에서는 의석 15%를 장악해 단일 정당으로 최대당이 됐다.연방국가이자 내각책임제로 운영되는 인도에서 주의회는 주정부를 구성하는 바탕이자 연방 상원 의석 배분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정당들은 주의회 선거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모디 총리는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아킬레시 야다브 주총리와 결전을 치러야 한다. 야다브 주총리는 수십년간 인도에 군림했던 네루-간디 가문의 라훌 간디가 이끄는 제1야당 국민회의당(INC)과 손잡은 인물이다.야다브 주총리가 속한 지역정당 사마지와디당(SP)과 INC는 대중사회당(BSP)의 마야와티(이름만 사용)를 주총리 후보로 내세웠다.우타르프라데시주 수석장관을 역임한 마야와티는 카스트(세습 신분제도) 기반 정치에 정통한 여성 정치인이다. 그는 우타르프라데시주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하위 계층 '달리트(dalitㆍ불가촉천민)'에 속해 있다. 이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우타르프라데시 주도(州都) 러크나우에 자리잡은 싱크탱크 기리개발학연구소(GIDS)의 노미타 쿠마르 이코노미스트는 "모디 총리의 화폐개혁 발표 당시 우타르프라데시주 빈민들이 환호한 것은 자기들 같은 가난뱅이와 부자가 같은 배를 탔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이로써 만연한 부패가 수그러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펀자브주의 상황은 다르다. 보세 정치평론가는 "펀자브주 주민들이 화폐개혁으로 촉발된 경제혼란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모디 총리에 대한 반감이 이번 투표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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