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구제역 방역 현장(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최근 조류독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가축전염병을 근절하지 못하는 농업정책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조치로 살처분을 실시하지만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며 경제적 손실을 더욱 늘리고 있다. 특히 일부 농가에서는 백신접종 기피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끊이지 않는 형편이다.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 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AI의 경우 지난해 11월16일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3314만마리를 살처분했다. 닭은 2780만마리로 전체 사육규모의 17.9%에 달하며 오리는 247만마리(28.1%), 메추리 등 287만마리(19.2%)에 달한다. 특히 산란계는 2362만마리가 살처분돼 사육규모 33.8%의 닭이 사라졌다.이는 닭고기, 계란 가격 인상이 이어졌고 역대 처음으로 신선란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정부는 살처분 농가 821곳 가운데 747곳에 보상금 지급을 했다. 보상금으로만 국비로 1205억원, 지방비로 208억원이 쓰였다. 종전 보상금 최대 규모인 2014∼2015년 보상금 1392억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최근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 구제역도 확산 규모에 비해 보상금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발생한 구제역으로 12일 자정 기준으로 모두 소 1203마리가 살처분됐는데 한우가 746마리에 달하며 젖소 428마리, 육우 29마리 등이다.역대 최악의 구제역 피해가 발생했던 2010년에는 보상금으로 1조9000억원이 지급됐다. 당시 살처분된 가축이 소 16만마리, 돼지 345만마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구제역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적다.다만 올해는 돼지보다는 주로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에 비해 보상금이 커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정부의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