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50% 넘는 업체도 있어대형-중소업체 간 수직적 위계질서… 중소게임사의 '소작농'화열악한 노동환경 감시하고 수직적 시장질서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이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했다. 그런데 퇴사날까지 야근했다."노동건강연대가 지난해 11월 넷마블 재직자와 퇴직자 3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주관식 답변이다. 게임개발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근본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국회의원(정의당)은 9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게임개발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과 함께 게임개발자들의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의원은 "게임산업은 21세기 한국의 콘텐츠산업을 주도하지만 성장 방식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한없이 갈아 넣는 20세기 산업화 시기와 다름없다"며 "사람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방식의 제작환경과 노동환경을 이제 넘어서야 게임산업도 지족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공=게임개발자연대)
게임개발자연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업계 매출 1위인 넷마블의 경우 하루 노동시간이 13시간에 달한다는 이들은 27.7%였다. 11~12시간이라고 대답한 이들도 27.2%에 달해 하루 절반 이상을 근무하는 이들이 과반이었다. 통상 정규 근무시간으로 알려진 8시간이라고 말한 이들은 10%에 불과했다.특히 이들은 게임 출시를 앞둔 며칠 간 집중 야근하는 일명 '크런치 모드'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이들은 30.6%에 달했다. 3명 중 1명 꼴로 이틀이 넘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근무한 경험을 겪은 셈이다. 24시간 이상 근무한 이들은 52%에 달해 절반 이상이 이 같은 밤샘근무를 겪은 셈이다.
(제공=게임개발자연대)
김영선 한국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개발 주기가 짧아지고, 이에 따라 '살인적인 야근'이 더욱 잦아졌다"며 "온라인PC게임의 경우 개발 기간이 3~5년 정도였지만 모바일 게임은 2년도 채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몇개월 만에 '찍어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게임 출시(퍼블리싱)를 수행하는 몇몇 거대 게임사 위주로 시장질서가 재편되며 중소 게임개발사가 사실상 하청화되는 구조도 지적됐다. 얼핏 자유경쟁에 따른 질서 개편으로 보이지만 거대 게임사와 중소게임사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생기면서 중소 게발사들이 하청을 떠맡아 열악한 노동환경을 재생산하는 굴레에 빠졌다는 비판이다.이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 방법들이 논의됐다. 먼저 초장시간 노동을 제한하고 퇴근 후 다음 출근 시간까지 일정한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열악한 전공의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과 같은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법에서는 전공의들이 연속해 36시간을 초과하며 수련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한 연속 수련 후 최소한 10간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또한 게임개발노동자들의 과로로 사망할 경우 정확히 이를 규명할 수 있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와 업무 관련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사망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지만 정확한 사인과 업무관련성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정부가 나서서 게임개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시하고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대형 게임업체와 중소게임개발사 간의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완화시킬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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