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미디엄텐트'가 되지 않겠습니까.”‘제3지대’에 머물며 정계개편의 한 축을 이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5일 “특정 캠프에 들어가거나 합류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전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제3지대 구성 문제를 논의한 정 전 의장은 이날 오전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내용(합의사항)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그는 “설 연휴 이후 다시 한 번 만나자고 했다”며 “반 전 총장이 (귀국) 인사차 들른 것”이라고 애써 만남의 의미를 축소했다. 식사를 겸한 반 전 총장과의 회동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을 아우를 제3지대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회동 내용에 대해서도 “별 얘기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 측에서 제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입법부 수장을 했던 사람”이라며 “그런 위상을 생각하면 함부로 캠프에 들어갈 수 없고,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다. 반 전 총장 또한 예의바른 사람이라 그런 부탁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반 전 총장 측은 지난 주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선대위원장 등 캠프 내에서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그동안 주창해온 제3지대에 대해서도 한 발짝 물러선 태도를 나타냈다. 여야의 중도·보수세력을 모두 아울러 ‘빅텐트’를 치겠다는 평소 계획에서 후퇴한 셈이다. 전날 국민의당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연대에 나서기로 한 것과 관련, “손 의장은 만난 지 한 달가량이 넘었다. 사람 마음은 하루하루 변한다”면서 “(언론보도를 보면 범여권과) 연대할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정 전 의장은 지난달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제3지대의) 정지작업은 끝났다. 누구는 되고 안 되는데 다 자기 계산이 있더라”며 이른바 중도세력으로 꼽히는 이들과 만남의 횟수까지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답했다. 당시 그는 손 의장과는 전남 강진과 서울 등에서 수차례 만났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전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과 만난 얘기도 전했다. 정 전 의장의 이날 발언은 여권과 야권이 따로 ‘비패권지대’ 구축에 나서면서 난관에 봉착한 제3지대의 현실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만의 중립지대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세력의 배제 등 다양한 전제조건이 붙으면서 어려움에 빠진 상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편 범여권 연대와 관련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기회가 되면 (조만간) 만나겠다”고 밝혔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도 “우리 당에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란 대권 (예비) 후보가 있다”면서 “경선에 참여하려고 (반 전 총장이) 입당하면 환영하겠지만 굳이 당내 경선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기다리진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날 반 전 총장의 국회 조찬 간담회에 참석했던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제3지대’를 강조하면서 “범여권 후보들이 좀 더 강해지고 잘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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