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개입 여부엔…'특검 수사중이라 상의해봐야'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나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5분께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작심한 듯 "미리 메모를 작성해왔다"며 20분 넘게 취재진에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한 의견을 쏟아냈다.유 전 장관은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고 이를 본 적 있다고 '폭탄선언'을 한 바 인물이다.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분(김 전 실장)이 수시로 수석회의나 저한테도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시하고 실제로 그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며 "김 전 실장이 그에 대해 굉장히 큰 책임을 지고 있고 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지시 및 작성 개입 여부에 대해 유 전 장관은 "특검에서 수사 중인 부분이기 때문에 상의를 해봐야할 듯 하다"면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앞서 유 전 장관은 지난달 말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퇴임 한 달 전 블랙리스트를 봤다"며 그 해 1월과 7월 두 차례 블랙리스트 문제로 박 대통령과 면담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분명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행위가 우리 사회의 민주 질서와 가치를 훼손해 헌법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도 했다.일부 언론이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유 전 장관을 회유하기 위해 접촉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내가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인사정리를 과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같은 부탁을 문체부 출신인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전달했고 이 내용이 압수수색 당시 특검이 확보한 조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돼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날 유 전 장관은 가족여행 일정으로 인해 특검 수사 개시 이전 해외로 나가게 돼 갖고 있던 모든 정보와 자료를 특검에 미리 제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지시 및 작성, 전달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와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블랙리스트에는 세월호 참사의 정부 책임을 지적하거나 과거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을 한 인사를 중심으로 약 1만명의 문화·예술인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서 이를 작성하고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은 최근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지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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