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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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가 사라진 점도 청탁금지법의 대표적인 효과다. 병원에선 그동안 지인들로부터 환자들의 진료예약과 수술날짜 등의 순서를 앞당겨 달라는 '민원'이 부지기수였지만, 법 시행 이후 병원 곳곳에 '청탁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으면서 특혜성 민원이 사라졌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진료순서 변경은 다른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된 만큼 민원을 넣는 쪽이나 받는쪽 모두 부담스러웠는데 청탁금지법 이후 가장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선 논문심사 풍경이 바뀌었다. 과거 논문심사에는 학생과 지도교수가 심사에 참여하는 교수에서 식사를 접대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법안 취지에 맞게 심사교수가 밥값까지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성장둔화가 시작된 우리경제에는 치명타가 됐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위험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미국의 금리인상 등 지난해 한국경제는 대외적인 악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내수마저 크게 위축됐다. 실제 국회에선 기업의 대관담당자가 사라졌다. 공직자들과 교원, 언론 등 400만명에 달하는 청탁금지법 대상자가 약속을 기피하면서다. '약속절벽'이 내수시장에서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2월 94.2로 지난달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8개월 만의 최저치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종사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는 '고용절벽'까지 나타났다. 외식업 일자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으로 전년동기대비 3만개가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 우려로 금융권이 담보대출을 압박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소비절벽'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