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진다는데…아파트 증여는 늘었다

내년부터 증여세 세제혜택 축소가격 하락 예상에도 지난달 12% 증가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60대 은퇴자 A씨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주기 위한 증여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집값이 올 11월 들어선 매매가가 연일 떨어지고 있어 증여를 내년 이후로 늦추려 했지만 주변 세무사의 조언을 듣고 계획을 갑자기 변경했다.3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1월 서울에선 아파트 432가구가 증여됐다. 전달 387가구에서 한 달 새 11.6%(45가구) 증가한 것이다.통상 증여는 집값이 오를 때 많이 진행된다. 증여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가격이 오르면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3% 올랐다. A씨의 아파트 소재지인 서초는 상승 폭이 더 컸다. 4.8% 뛰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세금을 줄이기 위한 증여 거래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증여는 총 5138건으로 전년 3624건 대비 41.8%(1514건) 급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증여는 부동산시장이 좋을 때, 즉 가격 상승기에 많이 이뤄진다"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나중에 증여하는 것보다 세금이 싼 지금 물려주는 것이 유리하고, 집을 파는 대신 증여하고 싶은 심리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골자인 정부의 '11ㆍ3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4구를 포함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내년에도 가격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에 증여를 미루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증여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내년부터 증여세 세제혜택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턴 세법 개정에 따라 증여ㆍ상속세의 신고세액 공제율이 10%에서 7%로 줄어든다. 1982년 도입된 신고세액 공제는 납세자가 기한 내 증여ㆍ상속세를 자진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10%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가령 A씨의 경우 올해 증여를 하면 세금은 7200만원이지만 내년엔 이보다 240만원 많은 744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해 세액기준이 줄어드는 것보다 세액공제율이 줄어들기 전 증여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하지만 내년엔 증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양 실장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가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증여를 미루거나 아니면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사실상 올해 말이 증여 거래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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