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도화동 학생들이 쓴 '동네 어르신 자서전'

마포구 도화동 ‘청소년과 함께 쓰는 어르신 자서전 프로젝트’ 완료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마포구(구청장 박홍섭) 도화동주민센터가 ‘청소년과 함께 쓰는 어르신 자서전 프로젝트’를 진행해 아이들이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인터뷰해 엮은 자서전을 출간했다. 도화동주민자치위원회가 올해 마을사업으로 추진한 ‘어르신 자서전’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가 기존 세대들의 진솔한 삶을 청해 듣고 기록함으로써 살아온 역사와 지혜를 배우고 세대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네 어르신 자서전 집필을 위해 16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참여, 지난 8월부터 한 달간 강사로부터 인터뷰 기술, 자서전 쓰는 법 등을 배운 뒤 3~4명이 한 조가 돼 두 달 동안 5명의 어르신을 만나 인생 스토리를 듣고 손으로 써내려갔다. 아이들의 인터뷰에 응한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친손자·손녀 듯이 편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인생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았다.

자서전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우석 어르신과 학생들<br />

이번에 출간된 어르신 자서전에는 도화동에 사는 어르신 5명의 출생부터 성장과정, 사랑과 결혼, 가족과 일, 사회활동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파란만장하고 희로애락이 가득한 내용으로 가득찼다.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월남파병한 이야기, 운명처럼 도화동으로 이끌려 꽃집을 차리게 된 이야기 등을 풀어낸 이종만 어르신(69)의 ‘힘들었지만 나의 추억이고, 그래’,해방, 전쟁, 가난, 진학실패, 외국계회사 입사 등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해 준 윤남중 어르신(76의 ‘사람이 산다는 것’ 새마을지도자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지하철 안내 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구우석 어르신(84)의 ‘기승전 봉사 할아버지’ 여자는 집안일만 해야 한다는 그 시절 미용실, 전자대리점 운영 등을 하며 자립적으로 살아온 김건희 어르신(71·여)의 ‘성공한 인생,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서울로 올라와 고생한 이야기, 사진관 운영을 하며 학생들의 졸업앨범 제작한 이야기, 살면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해외여행 일주한 일화 등을 들려준 채규술 어르신(86·여)의 ‘후회없는 삶을 살다’ 등 진솔한 삶의 여정들이 담겼다. 이번 자서전 써드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우석 어르신은 “그리 대단치 않은 평범한 나의 인생을 책으로 써 준다기에 쑥스러웠지만 옛날 기억들을 더듬으며 하나하나 풀어내보니 오랜만에 추억에 빠져지냈다. 나의 인생을 자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데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우석 어르신을 인터뷰한 성서중학교 박서현 학생은 “긴 시간 낯선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글까지 쓴 것은 처음이었는데 전혀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자서전을 보시고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자랑스럽고 훌륭하다고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표지

도화동주민센터는 이 자서전을 마포구 지역의 구립도서관, 주민센터,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에 비치해 지역사회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이 사업을 올해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해 ‘마을기록 유산’으로 보존할 계획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번 어르신 자서전 써드리기 프로젝트로 청소년들은 공부로는 배울 수 없는 인생을 지혜 및 가치 있는 삶을 배우게 되고, 어르신에게는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마련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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