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갈등을 빚는 한국에는 유독 날을 세우며 기세등등한 반면 눈엣가시인 대만에 먼저 손을 내민 미국에는 전전긍긍하는 이중적인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사드로 냉랭해진 한중 관계가 정점을 찍은 건 중국 정부가 현지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 전 매장에 대해 지난달 29일부터 소방 점검과 세무조사 압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롯데가 사드 용지를 제공한 데 따른 중국 당국의 보복성 표적 수사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며 상황이 급박해지자 주중 한국 대사관은 지난 2일 관영 신화통신을 포함한 중국 매체 20여곳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그러나 이튿날 신화통신은 '사드 문제의 여론 오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현혹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한국 정부는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거나 여론을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환구시보는 관변 학자의 입을 빌어 "롯데 조사는 사드와 관련이 없다"는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한국 정부와 롯데가 이번 조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보복 조치임을 부인하면서도 "중국은 외교나 군사 채널을 통해서도 사드 문제를 반대할 더 많은 방법을 갖고 있다"며 추가적인 보복 압박을 가했다.롯데 수사 건이 알려진 비슷한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만 총통과의 '깜짝 전화' 외교를 통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로 예민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 대통령이나 당선자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1979년 양국의 수교 단절 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둘의 통화가 미국 정부의 대(對)대만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지 아직 모르지만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작 이해 당사국인 중국은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대만을 비난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반발에 그칠 뿐 미국을 겨냥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항의성 발언을 하는 와중에 트럼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신중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당선자와 미국 정부에 특정 방식으로 경고를 보내겠지만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사건 전개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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