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분노·상실의 시대…4800만이 아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신적 스트레스 심해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사진제공=양지병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금 대한민국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습니다. 분노와 상실감으로 정신 건강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무능이 전체 사회에 상실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입니다.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니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4800만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쓴 용어로 '금수저'가 1위, '헬조선'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금수저'는 타고날 때부터 유리한 지위를 타고난 이들을 말합니다. '헬조선'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합니다. 이 두 단어에서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과 우울함이 묻어납니다. 현실을 바꾸고 모두 행복한 사회로 가야 하는 정책을 만들어내도 모자랄 판에 '최순실의 아바타'가 된 대통령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집단 우울증은 한 개인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커집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이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35로 전체 58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 11위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행복도가 낮은 것은 그만큼 사회구성원이 행복보다는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사회조사(Society at a Glance)'에서 전체 35개 국 중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35위), 스스로 느끼는 건강도(35위), 삶의 만족도(28위), 정부 신뢰도(29위), 사회관계(28위), 일자리 안정성(34위) 등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부분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 타격을 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이전부터 계속된 스트레스에 최근의 사태가 방아쇠로 작용해 다양한 형태로 분노와 우울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충동 조절에 취약한 국민들은 자칫 극단적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사회적 스트레스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간헐성 폭발 장애'입니다. 대검찰청으로 굴삭기를 몰고 돌진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도한 스트레스나 혹은 화가 지나치게 쌓인 경우 공격적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폭력이나 파괴적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간헐성 폭발 장애'가 심해질 경우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폭력적 행동 혹은 자해를 시도하는 등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몰라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바 '순실증'이라 불리는 최근의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희망과 대안을 찾지 못해 절망에 빠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심해질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울증이 심해질 경우 사고, 행동, 판단력 등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더욱 심해질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만큼 예방이 중요합니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최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건설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중요한데 지나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과장은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음주는 자신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혼자의 감정에 파고들지 말고 사람들과 대화 등을 통해 감정을 나누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간헐설 폭발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사진제공=양지병원]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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