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 인터뷰문과 출신 IT기자에서 포털 1위 수장 성공신화검색·콘텐츠 연결 주력…모바일 안착 기여네이버 여성 임직원 비율 40%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네이버에서 내가 여자라서 안되는 일은 없었다." 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 내정자(49)가 자신있게 내뱉은 말이다. 한 대표는 인터넷 업계 최초로 발탁된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120여개에 달하는 네이버 서비스를 조율하고 총괄하는 일을 도맡았고, 섬세한 리더십으로 정평 난 인물이다.네이버 전 직원 중 여성 임직원의 비율은 약 40%다. 네이버에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한 부사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한 대표는 "'내가 여자라서'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환경이 갖춰져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한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 초창기였던 1997년 엠파스에 입사한 후 2007년 네이버로 자리를 옮겼다. 네이버에서는 검색센터 이사로 시작해 서비스 1본부장, 서비스 총괄 부사장직을 거쳤다. 한 신임 대표는 네이버 서비스를 모바일화하는데 기여했고,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를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시키는 동력을 마련했다.◆네이버의 콘텐츠 기틀을 닦다네이버 서비스의 핵심은 '연결'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검색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식백과, 그라폴리오(창작 콘텐츠 플랫폼), 웹소설, 브이 라이브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콘텐츠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창작자들과도 자주 소통한다.한 대표는 "전에는 잡지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콘텐츠 만드는 분들과 많이 만나려고 한다"며 "창작자 뿐 아니라 잡지사나 출판사 등 중간에서 매개해주는 분들의 고충을 듣고 흐름을 빨리 캐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연결'은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중시되는 기능이다. 한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검색과 콘텐츠를 연결하고, 모바일에 맞게 재편하는 것이었다.한 대표는 "한때는 네이버가 영화, 스포츠 등 별도 서비스를 키우던 시기가 있었는데 모바일로 환경이 바뀌면서 이것을 검색과 어떻게 잘 연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였다"며 "콘텐츠 본부와 검색 본부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그 지점에서 연결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그는 "올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문제가 되는게 무엇인지를 살펴 한 두개 과제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며 "1년에 중요한 과제를 1개 내지 3개만 풀어도 거기서 해결되는 게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하나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그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T 기자, '연결'에 뛰어들다한 대표는 숙명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컴퓨터학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덕분에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민컴이라는 컴퓨터 잡지에서 5년 넘게 컴퓨터 산업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 활동했다.그는 "당시 컴퓨터 잡지 업계에서 여자들은 30대 초반에 편집장까지 달고 그 후에는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스물여덟이 되니 30대에 뭘 해야할 지 막연한 불안감이 생겨 새로운 일, 미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IT 회사로 이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개발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이 수두룩했다. 문과 출신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기술과 새로운 개념을 익혀야 했다. 한 대표는 프로그래밍 회사 씨앗, 나눔기술, PC라인이라는 잡지사를 거쳐 엠파스의 전신인 '씨티스케이프'를 만드는 팀에 합류했다.한 대표는 "인터넷, 웹사이트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때 맛집, 공연정보 등을 소개하는 도시생활 가이드 '씨티스케이프'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생전 처음 듣는 개념들을 접하면서 '그런게 있대, 그런걸 한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일했다"고 말했다.◆네이버 첫 여성 CEO가 전하는 조언한 대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것은 하고싶다고 하라'고 조언한다. 욕심을 내야한다기 보다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목표 설정, 두 번째는 끈기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한국 여성들은 서양 여성들과 달리 표현하는 것에 약한데,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을 왜 하고싶은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이유를 갖기 시작하면 움직이는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정한 다음에는 될 때까지 견뎌내야 한다"며 "특정 지점에서 견디지 못하고 짧은 호흡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즐거움을 위해 등산을 하듯, 정상에 오르려면 결국 견뎌야 하고, 내가 하는 것만 힘들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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