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경제가 성장정체에 빠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주력산업의 부진에 있으며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수출품목의 수출증가율은 최근 수년 간 급속히 하락해 2015년에는 거의 모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작성한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주력품목의 경쟁력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13대 수출품목이 차지한 비중은 평균 5.3%로 2011년 5.7%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13대 수출품목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나라 무역을 분석하기 위해 선정한 것으로,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철강, 평판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류, 가전, 컴퓨터 등으로 구성됐다.우리나라 13대 수출품목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최근 감소한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중국의 점유율은 2011년 15.2%에서 지난해 18.3%로 상승했다. 일본과 미국의 점유율은 2011년 각각 6.8%, 8.3%에서 2015년 5.2%, 8.1%로 줄었다.그동안 우리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왔으나 최근에는 주력품목 수출이 오히려 더 부진했다. 13대 품목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9.4%, 올해(7월까지) -11.8%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지난해 -8.0%, 올해 -10.1%)보다 더 부진했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의 약진으로 한국 주력산업의 입지는 점차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1위 품목 수가 한국은 정체 또는 감소(2014년 기준 64개로 전년도에 비해 1개 감소)하는데 비해 중국은 전년대비 75개 증가한 1610개로 증가했다.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보호주의 경향의 확산 등으로 향후 주력산업의 수출전망은 밝히지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이미 추격을 넘어 추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업종별 전문가들이 자체 평가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가격경쟁력에서 한국보다 높았고 일부 업종에서는 품질과 기술력에서 근접했다.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등 기계 분야에서는 중국의 품질과 기술이 우리나라의 75~85%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술이 우리보다 10%가량 앞섰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중국이 이제 막 진출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소재 산업에서도 중국의 품질과 기술이 우리나라의 95% 수준이다. 석유화학 품질의 경우 한국과 중국은 수준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가전, 정보통신 등에서도 중국의 품질ㆍ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의 90%를 넘었다.
산업연구원은 "주력산업에서 향후 5년 뒤에도 우리가 중국에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 제품이나 핵심소재ㆍ부품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이런 분야는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존 주력제품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내홍도 심화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은 정부로부터 감산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고 조선 빅3는 이미 대규모 부실을 떠안고 대규모 감원에 이어 수주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스마트폰 등은 프리미엄전략으로 글로벌 톱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감산의 현안에서 비껴선 자동차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7월19일부터 이날까지 78일째 총 24차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2조90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1차 협력업체 380개 사는 1조 3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수출 차질은 7만 9000대, 11억 4000만달러에 달해 2009년 8월 이후 최대의 수출 감소율(-24%)을 기록했다. 기존 주력산업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나 현재로는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자산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해있는 한국과 중국의 분야별 기업수를 조사한 결과, 시스템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중국 기업 수는 17개인데 반해 한국 기업 수는 7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응용소프트웨어의 경우 한국 기업 수는 2개, 중국 기업 수는 20개로 중국이 10배 가량 많았다. 한편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한국은 세계 1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이 전무한 가운데, 중국은 헬스케어 장비 부문 6개, 제약부문 20개가 포함됐다.기술적 우위 없이는 신성장산업 분야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의 R&D 투자는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우리나라 상위기업(자산 기준)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0.6%로 해당 산업 평균(100대 기업)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13.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 헬스케어 장비 부문의 경우 우리나라 상위기업(자산 기준)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 수준으로 산업평균치인 6%에 미치지 못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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