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전 대표, '경제민주화포럼' 합류 제안▲尹 전 장관, 남경필 우회 지지 요청한 듯▲정의화 전 국회의장까지 주요 3人 회동▲중도세력 규합…'비패권지대' '정상지대' 논의▲경제민주화, 개헌 등 관심은 제각각▲金·尹, 지난 대선 때 각기 박근혜·문재인 책사로 활약[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19대 대선을 하루 앞둔 2012년 12월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선 이색적인 '맞짱 토론'이 벌어졌다.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윤여준 당시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위원장은 여야 대표주자로 나선 박근혜ㆍ문재인 당시 후보를 대신해 양보 없는 승부를 벌였다. 우열을 가리진 못했지만, 오히려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확인한 귀중한 자리가 됐다. 민생경제 살리기, 경제민주화, 사회통합 등에서 거리감을 좁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4년 가까이 지나 다시 대선 정국이 무르익은 가운데 당시 토론의 두 주인공이 만났다. 23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조찬 회동을 가진 이들은 표면적으론 담론 수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년 대선을 앞둔 포석이 담겨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 '책사'로 꼽히는 두 거물은 그동안 변화를 겪었다. 김종인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전대 이후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환경부 장관 출신의 윤여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운 데 이어 지난 총선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도와 창당 작업에 일조했다. 지금은 여권의 잠룡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만남에서 김 전 대표는 윤 전 장관에게 조만간 출범하는 '경제민주화포럼'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포럼은 김 전 대표가 평생 일궈온 경제민주화란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연구모임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반면 윤 전 장관은 자신이 멘토 역할을 맡은 남 지사에 대한 우회적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남 지사는 김 전 대표를 자신의 캠프에 모시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김 전 대표와 윤 전 장관의 만남에 이목이 집중됐던 이유다. 이들은 미리 내년 대선 판을 그려봤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더민주 당적을 유지한 김 전 대표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과 불편한 관계이지만, 자칫 '철새'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등 보수ㆍ진보 진영을 오간 그는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천년민주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등 이름을 올린 당적만 5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여야를 넘나들면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데, 이는 (여야 모두) 한국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데 공감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개헌 논의를 포함해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적절한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당분간 특정 대선주자나 그룹을 지지하는 행보는 걷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대선과 관련해 확실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기껏해야 '야당 단일화'나 생각하고 모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 타개를 논의하자는 것이지, 특정인이나 정당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최근 불붙은 '브레인' 모시기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어느 진영이나 후보에 힘을 보태느냐에 따라 향후 대선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이와 관련, 회동 직후 "제3지대라는 말은 안 쓴다. 비패권지대를 이야기한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언급해온 제3지대론과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 등이 앞으로 중간지대에서 중도세력을 통합하는 고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 관계자는 "두 거물은 보수ㆍ진보를 아울러 잠룡들의 이합집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조찬에 함께 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모임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는 비패권지대라고 했고, 나는 '정상지대'라고 했다"면서 "양극단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정 전 의장은 최근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을 출범시켜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고 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조찬은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의 주도로 만들어진 자리로 알려졌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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