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웬 날벼락?…'월병' 때문에 실직자 된 알리바바 직원들

▲월병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우리나라에 추석이 있다면, 중국에는 중추절이 있다. 매년 중추절이 되면 중국인들은 친지나 친구, 지인들과 '월병'이라는 중국식 과자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 월병 때문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보안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이 직업을 잃었다. 중추절 당일인 15일을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 13일 4명의 엔지니어들이 내부 시스템을 부당하게 이용해 직원들이 구매할 월병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알리바바는 매년 중추절을 맞아 자체 제작한 월병을 모든 직원들에게 한 상자씩 나눠준다. 올해에도 월병을 나눠준 후, 남은 월병은 직원용 사이트를 통해 한 상자에 59위안(약 9900원) 정도에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 보안 부서에 근무 중인 직원 4명은 직접 사이트로 들어가 월병을 구매하는 대신, 별도의 프로그램을 돌려 총 124상자의 월병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이 사실을 적발해내고는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라며 4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프로그램을 써서 월병을 자동 구매한 행위는 정정당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어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린 행위이며 기술적 속임수로 신뢰를 깨버린 행위"라고 네 명의 잘못을 비판했다. 해고된 직원 중 하나는 추후 글을 올려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는 "친척에게 줄 월병을 한 상자 더 사고 싶었을 뿐"이라며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던 사이에 월병이 16상자나 구매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매를 통해 이익을 챙기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그는 사이트를 통해 직접 구매를 해 보려고도 했으나, 다른 직원이 프로그램을 써서 월병 구매를 가로채는 것을 보고 자신도 프로그램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월병 잔혹사'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격히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일부는 엔지니어들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또 다른 이들은 알리바바의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반감을 표했다. 프로그램을 써서 다른 이들의 월병 구매를 가로챈 행위는 잘못됐지만, 이것이 해고까지 당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난데없이 추석에 직업을 잃게 됐지만, 이들의 상황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치후360'의 린 웨이 매니저는 이들의 해고 소식을 들은 직후 위챗 메신저를 통해 일자리를 제안했다. 린 매니저는 "컴퓨터 엔지니어들은 괴짜 정신이 필요하다"며 "게다가 이들은 기술을 이용해 누군가에게 해를 입힌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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