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김은별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삼성본사 지하 구내 미용실은 삼성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남성은 직원가로 1만원대에 이발할 수 있다. 이 부회장도 이곳 단골 이다. 간편하게 이발을 끝낸 뒤 길을 나서는 모습은 일반 삼성 직원과 다를 바 없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이 부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업무 성과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몸에 밴 습관이 신경 쓰여서다. 이 부회장이 회의 장소에 들어서면 사장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우곤 했는데 이 부회장이 이를 만류했기 때문이다. "그냥 앉아 계시라"는 주문이었다. A 계열사 대표는 "이 부회장이 만류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곤란한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왜 하지 말라는 것을 계속합니까." 해외 사업장 출장에 동행했던 '법인장'은 이 부회장 한마디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의전의 일환으로 계속 따라다녔지만, 이 부회장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전이라는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그려볼 수 있는 일화는 또 있다.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에 관련한 대국민 사과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본인이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책임경영'은 그렇게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 문제의 해법으로 '전량 교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보며 과감하게 결단하는 삼성의 지향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대표이사까지 맡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7일 임시주총을 열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등기이사 효력이 발생하고, 이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자격을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등기이사는 누구나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는 대표이사만이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있었지만 이사회 이사라면 누구에게나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지금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맡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우선은 등기이사부터 선임되는 것이 수순"이라며 "아직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이사 선임 문제는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