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br />
고장 난 경제는 고쳐야 한다. 고장 난 경제를 고치기 위해 정부가 가용할 만한 도구에는 크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지출을 확대 편성하고,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정책기조를 이른바 '확장적 경제정책'이라고 한다. 요즘과 같은 경기불황기에는 확장적 경제정책이 요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은 일관되게 한국의 재정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만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그런데 한국은 경제성장이냐, 재정 건전성이냐,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다. 2017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400조원의 재정지출을 계획했는데 전년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4.1%를 밑도는 수준이다. 확장 정책이 아닌 긴축 정책에 가깝다. 경제회복보다는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둔 예산안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0.1%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OECD 회원국의 국가채무비율 평균치인 88.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경우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정책의 방향성에 큰 의문이 든다.우선 '추가경정예산(추경) 없는 예산 계획'이 필요하다. 추경은 2000년 이후 5개 년도를 제외하고 매년 실시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세 차례 편성됐다. 추경 편성은 예산계획의 실수이다. 긴축으로 계획한 예산에 이어 추경이 편성되는 것이다. 추경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를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정부는 매년 경제 성장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전망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전망했지만, 주요 기관들은 2.5% 이하로 전망했다.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하다보면 경기 부양을 위한 완화적 재정지출 계획보다는 긴축 정책으로 가게 마련이다.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다 보니, 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곤 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에는 3.1%로 했다가 올해 6월에는 2.8%로 낮췄다. 낙관적으로 전망했을 때는 긴축 정책 기조를 설정했으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추경을 편성하는 것 아닌가.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최선의 상태를 가정하고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하다보면 만약의 사태에 준비를 할 수 없다. 준비 없이 경제가 운영되다 보면, 갑작스런 하방 압력이 작용했을 때 대처할 수가 없다. 최선을 가정하다 보면 최악이 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요인들을 예의주시하고, 그로부터의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악을 가정하면 최선에 가깝게 갈 수 있다.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지출 계획에는 적어도 예상 가능한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소극적 예산안은 불안요인들이 현실화했을 때 준비할 여력이 없게 만들고, 경제는 추경을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예상 가능한 경기 하방 압력들 중에는 산업의 구조조정,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이 있다. 다양한 예상 가능한 요인들에 대해 재정지출이 완충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하겠다. 예를 들어, 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출되는 인력들에 대한 재취업 교육, 창업 지원 등의 미시적 정책이 요구되고 이에 대한 재정지출이 예산안에 포함돼야 하겠다. 최악의 상태를 가정한 비관적 경제 전망과 경기 부양에 초점을 둔 확장적 재정지출 계획이 필요하다.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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