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 역사와 맞서 싸우는 게 위안부 문제 해결'

'경술국치' 106주년…'역사 잊은 민족, 미래 없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경술국치가 우리나라 모든 아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경술국치일(29일)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만난 '소녀상 지킴이' 윤재민(20)씨의 말이다. 위안부 문제가 일제에 주권을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처럼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수많은 아픔과 갈등이 경술국치로 인해 초래됐다는 것이다. 경술국치는 106년 전인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날이다. 이후 일제는 강제로 체결한 한일합병조약을 공포했다. 경술국치는 '경술년에 당한 나라의 치욕'이란 의미다.이날도 소녀상은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문 채 맞은편 옛 일본대사관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윤씨처럼 243일째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소녀상 지킴이들은 지난해 12월 28일 한ㆍ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이후 합의의 폐기와 소녀상 이전 반대를 요구하며 한파와 폭염 속에서도 중단 없이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윤씨는 "일제의 식민지배라는 사실에 맞서 싸우는 게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피해 할머니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문제다. 민족의 아픔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 다른 소녀상 지킴이 황지영(22)씨는 "이곳을 지키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황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며 "그분들이 지금까지 잘 싸워오셨는데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8명. 지금은 40명만 생존해 있다.이날 소녀상 앞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습을 보였다. 기도하러 왔다는 임승계(69)씨는 "학생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들렀다"고 밝혔다. 내일이 경술국치일인 줄 알았냐는 질문에 "경술국치는 알아도 내일인 건 몰랐다"며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서 국민들이 이런 날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술국치일을 알고 온 시민들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김나영(18)양과 민서영(18)양은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청소년 도슨트로 활동 중이다"라며 "경술국치는 그곳에서 설명하는 내용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본인들보다 더 어린 학생들에게 '나라사랑'에 대해 가르친다는 그들은 친구들과 함께 '위로해드릴게요. 안아드릴게요. 부디 행복하세요'라고 쓰인 하늘색 종이에 편지를 써 소녀상 뒤에 있는 벽에 붙이고 갔다. 소녀상의 맨발은 여전히 뒤꿈치가 들려 있다. 이는 1945년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왔지만 늘 죄지은 마음으로 숨죽여 살아야 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소녀상 지킴이 황씨는 기자에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빗대 "과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으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고 얘기했다.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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