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결이라는 말 / 문성해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그리하여 나는 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 수 있단 말 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  결을 가진 말들은 고여 있기보단 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그 말 속에 진종일 물기를 머금는 말  바람결 잠결 꿈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가만가만 참 좋은 시가 있다. 이 시가 그렇다. 그저 글자들을 따라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한껏 맑아지고 풍성해지는 그런 시. 그런 시에는 시인의 말처럼 어떤 "결"이 있는 것 같다. "살짝 곁을 내주"는,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다는 그런 "결" 말이다. 오늘은 그런 "결" 옆에 잠시 앉아 있다 오고 싶다. 그 "결" 속에 어쩌면 당신이 아직 머물러 있을 것 같아서다. "바람결"에 "잠결"에 그리고 "꿈결"에, 저 "살결"이나 "밤결"이나 "물결"처럼, 언젠가 당신이 내게 살며시 내주었던 그 "곁"이 여직까지도 "물기를 머금"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아니 실은 이미 아까부터 내 마음결에 당신이 슬며시 들어와 곁에 함빡 앉아 있는 건지도 모르는 일이고.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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