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처럼 일한 70대 학교 경비원…하루 16시간 노동에 103만원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유진 인턴기자] 딸이 학교 경비원인 아버지의 터무니없는 근무 환경을 알고 억울함을 호소했다.18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인천시 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의 한 초등학교의 야간 경비원으로 근무한 박모(70·가명)씨의 딸은 "아버지가 초등학교 야간 경비원으로서 업무 외의 일을 노예처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됐다"며 "힘없는 노인들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고통받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박씨는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자녀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 구직을 하던 중 학교전문관리업체 '당직 기사'로 채용됐다. 담당 학교로 출근해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외부인 침입을 감시하고 학교 시설을 지키는 업무를 맡는 일이었다.하지만 현실적 업무는 달랐다. 박씨는 학교 안 배수로 청소, 기계실 바닥 물퍼내기, 체육관 커튼 세탁, 지하주차장 물청소, 제초작업, 쓰레기 분류, 페인트칠 등 기본 경비업무 외의 온갖 노동을 해야했다.박씨는 "한 개에 15kg짜리 철판 덮개 수십 개를 들어내고 배수로를 청소하거나 새벽 두시까지 세탁기를 돌리고 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이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학교에 배치된 관리업체 직원의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다.박씨는 현재 다른 60대 경비원과 주말·휴일을 포함해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매월 103만원을 받고 있다.지나친 업무 외 노동에 지친 박씨는 결국 회사에 항의했지만 회사 측은 오히려 업무 지시 불이행, 회사 명예 손상 등의 사유로 박씨를 회사 징계위원회로 넘겼다.이런 사실을 딸이 알게 돼 권익위와 교육부 등에 민원을 넣게 된 것이다.학교 관리업체 측은 "아파트 경비원과 마찬가지로 학교의 야간 경비원도 청소를 비롯한 환경 미화 업무에서 완전히 빠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럽다"며 "박씨가 학교 안에서 이런저런 작업을 한 것은 맞지만 한 번에 20~30분 정도씩 학교에 고정 배치된 관리업체 직원을 돕는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인천시교육청은 진상파악을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해당 학교의 BTL(임대형 민자사업) 시행사에 시정을 지시했다.BTL 사업은 민간투자자(시행사)가 학교 건물을 지어 교육청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20년간 운영하면서 교육청에게서 연간 10억원가량의 임대료와 운영비를 받는 방식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내 CCTV 기록과 당직근무일지 등을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파악했지만 철제 덮개를 들어내는 배수로 청소 등 가혹한 중노동이 있었는지는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CCTV 기록이 없어 확인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박씨가 근무했던 초등학교의 교장은 "BTL사업 구조에서 학교 측이 전문관리업체의 시설 관리 업무에 일일이 관여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정유진 인턴기자 icamdyj71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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