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연합뉴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여자 양궁에서 우리 선수단 첫 2관왕에 오른 장혜진(29·LH)에게 리우데자네이루는 인생역전의 무대다. 그는 12일(한국시간)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인 뒤 "국가대표 선발전 때 힘들었던 생각이 나고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했다. 장혜진은 지난해 9월 양궁 경기가 열린 삼보드로무 양궁장을 경험했다. 리우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인 '프레올림픽'에 나갔다. 그는 이 대회를 위한 대표 선발전에서 4등을 해 세 명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뛰지 못했다. 대신 홀로 연습장에서 '도둑훈련'을 하면서 올림픽 무대를 꿈꿨다. "몰래몰래 훈련하면서 다짐했다. '꼭 이 자리에 다시 와서 사선에서 활을 쏘겠노라'"고. 훈련도 악바리처럼 했다. 태릉양궁장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 활을 쏘고 선수촌 식당에서 가장 늦게 식사를 했다. 그래서 "오늘 결승전 사선에 서니 꿈만 같았다"고 했다. 장혜진은 리우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극적으로 통과했다. 지난 4월 15~19일 열린 최종 선발전에서 강채영(20·경희대)을 1점 차로 따돌리고 막차를 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 때 후보 선수 네 명에 포함됐다가 막판에 탈락했던 아픔을 씻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펑펑 울면서 탈락한 후배를 먼저 챙겼다. 그는 책임감이 무거웠다. 여자 양궁 세계랭킹 1위 최미선(20·광주여대)이 8강에서 탈락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을 기대하던 기보배(28·광주시청)를 자신이 준결승에서 떨어뜨린 터라 꼭 금메달을 따야 했다. 그래서 결승전을 앞두고 "어떻게든 악착같이 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보배는 "(장)혜진이한테 많이 의지하면서 훈련했다. 누군가는 꼭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이 컸다. 힘든 상황에서 목표를 달성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시련을 이기고 정상에 선 장혜진은 긍정의 힘을 믿는다. "잘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사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좋은 결과가 언젠가는 꼭 따라온다"고 했다. 늦깎이로 세계 정상에 선 그에게 외국 취재진이 물었다. "혹시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계획인가?" 장혜진은 단호했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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