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의 육도삼략]남중국해 ADIZ 강행할 중국의 공군전력

[아시아경제 박희준 편집위원]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중국의 행보가 심상찮다. PCA는 지난 12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간의 분쟁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PCA 판결이 난 다음 날인 13일 이 판결을 '휴지 조각'으로 규정하고 남중국해 백서의 발표를 통해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의 고유 영토·영해임을 재천명했다. 중국은 이어 19일부터 남중국해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PCA는 중국이 영토, 영해 주권의 근거로 주장해온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이 무효라고 판정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더욱이 필리핀 정부가 PCA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를 제소한 것은 지난 2013년 1월이어서 중국은 근 4년 동안 예상되는 결과와 이에 따른 대응을 충분히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나온 반응 역시 심사숙고한 결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의 조기경보통제기 KJ-2000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할 행보인데 이 역시 시나리오가 잘 짜여져 있을 것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중국 해군 당국은 "남중국해의 주권과 권익은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며 주변 도서에 대한 군사기지 등 시설 건설 작업을 계속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이 앞으로 외교대응과 함께 무력을 통한 주권 주장을 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중국은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중국,PCA 판결 비난 등 외교전 펼칠 듯= PCA결정에 대해 중국은 우선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PCA 판결에 대한 비난과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한편, 다른 국가들도 중국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 사람들이 PCA 판결을 앞두고 세계 60여개국이 중국을 지지한다는 여론 몰이를 한 것으로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중국의 대응이다. 미국 매체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는 8개뿐이라고 지적하자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매체들은 중국 주장에 찬동한 나라가 60개국에 이른다고 주장했다.왕이 외교부장은 PCA 판결 직전에 중국과 라오스, 캄보디아와 브루네이를 대표해 해양 분쟁은 직접 당사국 간 협의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데 '컨센선스(의결일치)'를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4개국에 브루네이를 포함시킨 것은 향후 중국의 외교 행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브루네이는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나라로 중국 편을 들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는 다른 동남아국가들을 이반시키는 노력을 배가할 가능이 농후하다.중국의 선택지 가운데 경제보복도 들어 있다. 중국은 과거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킨 전력이 있다. 필리핀과 마찰이 생길 때마다 중국인들의 필리핀 관광을 막거나 통관을 지연시킨 사례도 있다.◆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다음 수순=그러나 초미의 관심사는 중국의 군사 대응일 것이다. 중국은 이미 PCA 판결 전과 후에 남중국해에서 100여척의 함정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미국의 외교안보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는 크게 두 가지를 예상한다. 하나는 류전민 중국 외교부 차관이 밝힌 것처럼 남중국해 지역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력을 강화하는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 를 펼치는 것이다.류전민 차관은 지난 13일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는다면 동중국해와 마찬 가지로 남중국해에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있다"면서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중국은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서도 ADIZ를 설정할 수도 있고 ADIZ를 선포하지 않고서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즉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에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배치를 늘린다면 중국은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나는 PCA 결정에 대한 도전을 공식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중국은 자국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다. 중국은 아마도 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남해함대소속 시안 JH-7 전투기

◆중국 ADIZ를 수호할 공군력 있나=중국이 남중국해에 ADIZ 를 선포할 경우 이를 감시할 전력이 있을까. 답은 "충분히 있다"일 것이다. USNI뉴스에 따르면, 남중국해는 하이난섬에 본부를 둔 중국의 남해함대(SSF)가 관할한다. 남해함대는 막강한 함정 외에 휘하에 2개 해군 항공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사단은 각각 3개 항공연대로 구성되고 이중 2개 전투연대는 각각 약 24대의 전투기를 보유한다. 항공사단별로 48대, 총 96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중국해에 ADIZ가 선포될 경우 초계 및 감시 임무는 이들 4개 연대의 전투기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군의 다른 군과 마찬 가지로 해군 항공부대 역시 최근 현대화를 거치고 있다는 점이다. 제 8, 제9 항공사단의 노후 J-6, J-7, J-8 전투기는 모두 현대적이고 더 나은 성능의 시안 JH-7A전폭기와 선양 J-11B전투기로 교체됐다. JH-7은 복좌형 쌍발(엔진 2개) 전폭기로 1990년대에 실전배치됐으며 현재 하이난섬 남서쪽 르둥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중국판 F-16이다. 최대이륙중량 28t, 최고속도 마하 1.75이며 항속거리는 최대 3700㎞이다. 각종 대함미사일과 자유낙하폭탄으로 무장한 해상 타격플랫폼으로 쓰이는 항공기다. 중국은 2004년에는 최신 정밀 유도폭탄과 타게팅포드 등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개량형 JH-7A도 도입했다고 한다. USNI뉴스는 이 두 전투기는 제한적인 공대공 전투능력을 갖췄지만 ADIZ 초계감시에는 손색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투기는 지난해 9월15일 황해 상공에서 미공군 RC-135 정찰기를 근접비행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히기도 했다.

중국 남해함대 소속 J-11BH 전투기

선양 J-11B는 최신 요격기로 평가된다. 중국이 러시아의 수호이 27(Su-27)을 복제한 전투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대 이륙중량 33t, 최고속도 마하 2.35의 중국판 F-15다. 중국은 1991년에서 2009년까지 총 76대의 Su-27SK/UBK를 획득했고 이후 라이선스를 받아서 100대를 생산해 J-11 라고 이름을 붙였다.J-11B는 중국산 레이더와 항전장비를 설치하는 등 역설계한 기종이다. PL-8, PL-12 공대공 미사일도 장착했다. 해군형인 J-11BH는 2010년부터 실전배치됐다. USNI뉴스는 J-11B가 중국의 남중국해 ADIZ를 초계 감시할 가공할 자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대 10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는 데다 근 10t의 연료를 내부에 탑재해 작전거리가 최대 3530km나 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중국은 파라셀제도의 우디섬에 J-11을 배치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따라서 이곳과 피어리크로스, 수비환초, 미스치프 환초 등의 인공섬에서도 이들 전투기를 운용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중국은 또한 조기경보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KJ-200 조기경보기(AEW)다. 중국은 이 경보기를 순환배치함으로써 다른 영유권 주장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레이더 감시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종합해본다면 중국은 동중국해 ADIZ 와 달리 남중국해에서는 ADIZ를 선포하고 이를 초계하고 강제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040916384344584A">
</center>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