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물 한 잔 들이킬 여유도 없이 바쁘게 보내는 하루가 있다. 저녁 퇴근길, 습기 머금어 눅눅하고 무거워진 여름밤 공기를 바짓가랑이에 달고 터벅터벅 집에 들어서는 순간,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저녁밥이고 뭐고 오늘은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대로 잠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틈에 습관적으로 리모컨을 들어 TV를 켠다. 그런데 틀어놓은 TV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느새 손에는 스마트폰. 몇 개의 SNS 어플을 여닫으며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힘들고 바빴던 오늘을 마무리한다.
잠깐 엉덩이 붙일 틈도 없이 분주했던 하루 끝에 겨우 쉴 수 있는 저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그 여백을 견디지 못한다. 남이 아닌 내 스스로도 내게 쉴 겨를을 주지 않고 단 한순간도 ‘제대로’ 쉼 없이 어떤 모습으로든 안달복달하며 살고 있는 거다. 몇 박 며칠의 멀리 떠나는 계획된 휴가가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 ‘겨를’을 찾으며 살아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약속도 잡지 말고 한 입 안주, 카나페 만들어 남편과 와인 한 잔 나눠 마시는 여유를 가져 볼까 한다. 와인 안주로 자주 찾는 카나페(canape)라는 말은 영어의 Couch(긴 의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로 긴 의자처럼 생긴 식빵을 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고대 로마시대 지중해 연안에 살던 귀족들이 뜨거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즐기기 위해 만든 낮잠용 의자가 바로 ‘카나페’이다.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맛있는 안주로든 지친 몸 잠시 뉠 긴 의자로든 나와 우리를 위한 카나페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겐 필요하다.
재료(2인분)
크래커 8개, 크림치즈 3, 참치(통조림) 1/2캔, 다진 양파 1, 다진 오이 피클 0.5, 마요네즈·머스터드소스 약간씩, 오이 1/6개, 무순·허브 약간씩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얇게 펴 바른다.
2. 참치는 기름기를 빼고 다진 양파, 다진 오이피클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 후 마요네즈, 머스터드소스를 약간씩 넣어 버무린다.
3. 오이는 길이로 반 잘라 얇게 썬다.
4. 크래커 위에참치, 오이, 무순, 허브 순으로 올려 장식한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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