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475억파운드(약 72조5557억원). 지난주 영국 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서 2016~2020년 기간 동안 영국이 유럽연합(EU) 예산에 기여할 것으로 추산한 순기여분 액수다. 하원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계산에 넣지 않고 순기여분 금액을 추산했다. 브렉시트를 결정함에 따라 이 475억파운드의 자금이 미궁에 빠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느 부부의 이혼에서 늘 위자료가 문제가 되듯 EU와 영국의 이혼에도 향후 돈 문제가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영국과 EU간 예산 싸움의 역사는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취임한 고(故) 마거릿 대처 총리는 취임 때부터 EU의 예산 운용이 영국에 불리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대처 전 총리는 1984년 퐁텐블로 정상회의에서 EU 예산 기여분 중 일부를 환급받는 약속을 받아냈다. 실질적으로 현재 EU 예산에 기여하는 국가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18개국은 EU에 돈을 냈다가 환급받는 금액이 더 많다. 순기여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지난해 EU 예산에서 영국의 비중은 12.6%로 독일(21.4%) 프랑스(15.7%)에 이어 28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순기여분 금액 부담이 컸다. EU는 이미 2014~2020년 기간 동안 9600억유로(약 1231조원)의 예산을 쓸 것이라는 장기 계획을 마련해둔 상태다. 영국의 이탈로 2020년까지 장기 예산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으며 이는 향후 EU 경제성장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 외교가에서는 브렉시트로 EU 예산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더 많은 예산을 부담하고 헝가리, 그리스 등 받는 돈이 더 많은 국가들이 덜 받는 식으로 예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EU 회원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EU가 직접 거둬들이는 세금의 종류를 확대하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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