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다음 달에 광복절이 있는 데, 태극기를 게양하면 안 된다는 얘기냐?". 최근 롯데월드타워 대형 태극기 논란을 지켜본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금도 매일 건물에 태극기를 내걸고 있고, 국가 기념일마다 대형 태극기를 걸기도 했는데, 롯데물산이 대형 태극기를 걸었다가 한 시민단체로부터 '불법 광고물'이라는 지적을 받아 철거되는 과정을 지켜보니 불안하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기업들은 물론 국민들도 누구나 태극기를 자유롭게 게양할 수 있다. 단 '롯데처럼' 달면 안 된다. 사실 이번 롯데월드타워 대형 태극기 논란의 핵심은 '태극기' 게양 여부가 아니었다. 관련 법상 태극기는 누구나 게양할 수 있다. 애호ㆍ선양ㆍ경축 등 순수한 뜻이 담겼다면 말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국기법' 제5조 및 시행령 13조에 의하면 민간기업은 국기를 애호하고 경축 등의 목적으로 건물의 외벽 등에 태극기를 게시할 수 있다.이번 논란을 일으킨 위례시민연대의 입장도 태극기를 게시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 단체는 1일 성명을 내 "이번 광복절 경축기간 중 기업들의 순수한 의도의 태극기 게시에 대해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며 "일본기업 롯데가 형제의 난 등으로 실추된 기업이미지 향상을 위해 대한민국 태극기를 이용해 애국마케팅을 하는 것은 국기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국격을 하락시키는 행위로 보았기 때문에 문제 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는 특히 "국기규정을 위반하며 10개월간 애국마케팅을 한 롯데측의 행위를 옹호하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과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위례시민연대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억지 주장ㆍ떼쓰기에 애꿎은 태극기만 철거됐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가자 보수단체 등으로부터 "종북단체냐, 인공기를 걸면 시원하겠느냐"며 공격당하고 있다. 국기 관리ㆍ옥외광고물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도 위례시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행자부는 태극기 게양 자체가 아니라 상업적 의도가 문제였다며 철거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행자부의 옥외광고물 담당 주민생활환경과는 이날 저녁 설명 자료를 내 "롯데타워 건물 벽면에 표시된 초대형 태극기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 규정한 '옥외광고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태극기 밑에 걸렸던 '대한민국 만세' 플래카드를 문제삼았다. 상업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플래카드 하단에 'LOTTE'라는 광고물 명칭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옥외광고물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주민생활환경과는 "이번 논란은 옥외광고물인 '대한민국 만세' 플래카드가 옥외광고물법의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된 것이며, 태극기는 옥외광고물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기법을 관할하는 행자부 의전담당관실의 입장은 더욱 더 구체적이다. 의전담당관실은 위례시민연대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롯데월드타워의 태형 태극기에 롯데 엠블럼이 부착돼 있는 점을 볼 때 '국기의 게양 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총리 훈련) 제1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이 금지하고 있는 '태극기를 민간기업이 영리목적, 인지도 향상 등 사적인 목적으로 게시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의정담당관실 관계자는 "태극기는 누구나 걸 수 있지만 롯데월드타워 대형 태극기는 롯데 엠블럼이 붙어 있는 등 제3자의 입장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 목적으로 게시돼 불법 광고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끝까지 '선의'를 내세우고 있다. 국기 애호ㆍ선양과 애국심 고양 차원에서 태극기를 걸었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경영권 다툼 와중에 기업 지배 구조 등을 살펴 본 국민들이 "롯데는 도대체 어느나라 국적의 기업이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심'을 강조한 대형 태극기 게양을 '순수한 의도'로 보아줄 국민이 몇명이나 될까? 거기에 'LOTTE'라는 기업 앰블럼까지 달린 태극기를 말이다. 게다가 롯데월드타워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 안보에 치명적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건물이다. 태극기, 열심히 달자. 단 '롯데처럼' 달지는 말자.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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