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도입부에 자막으로 잘 설명돼 있다. "그곳은 신사도와 목화밭으로 상징되는 곳이었다. 이 아름다운 지방은 기사도가 살아 있는 마지막 땅으로, 용감한 기사와 우아한 숙녀, 그리고 지주와 노예가 함께 존재하는,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꿈처럼 기억되는 과거가 오늘로 살아 있는 곳. 문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미국 남부의 귀족적인 전통이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의 바람을 맞아 사라진다는 얘기다.남부의 귀족적인 전통을 상징하는 것은 남자다. 스칼렛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이는 사별한 두 남편과 돌연 집을 뛰쳐나간 새 남편 레트 버틀러다. 이를테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은 남자이며 과거다. 과거 남자일랑 돌아보지 말라는 이 소설의 교훈은 작가의 삶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미첼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클리포드 헨리라는 장교와 약혼을 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프랑스에서 전사했다. 1922년 명문가의 자제 베리엔 업쇼와 결혼했지만 그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는 자였다. 이혼 후 미첼은 애틀랜타 저널의 기자로 일하며 전 남편의 친구이자 AP통신의 편집기자로 일했던 존 마쉬를 만나 결혼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그의 인생에 새롭게 등장한 존 마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미첼이 사고로 발목을 다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부지런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줬고 미첼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독려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정리한 것도 편집자였던 남편이었다. 고전은 과거나 남자 따위에 메어 살지 않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