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후 처음으로 북아일랜드를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북아일랜드 방문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을 만나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I'm still alive)'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맥기니스 부수반의 건강이 괜찮으시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지만 여왕의 말은 최근 브렉시트 상황과 연관돼 중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AFP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무미건조한 답변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사퇴하고, 영국 파운드화는 31년만의 최저치로 추락하고, 영국 축구 대표팀마저 유로2016년 16강전에서 아이슬란드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후 나왔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실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고 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동석자들에게 "왜 영국이 EU의 일부가 되어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세 가지만 꼽아달라"고 질문해 구설에 올랐다. 영국 매체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논란을 키웠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맥기니스 부수반 등 북아일랜드 지도부를 만났다. 맥기니스 부수반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손을 내밀며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쨋든 나는 아직 살아있다"며 웃었고 맥기니스와 악수를 나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어 "우리는 정말 바빴고 바쁜 일들이 더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바빴다는 말이 브렉시트 투표를 언급한 것인지 지난 11일 치러진 자신의 90세 생일 공식행사를 언급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설명했다. 북아일랜드는 지난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와 함께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했다. 영국 전체 표결에서는 EU 잔류 의견이 48.1%에 그쳤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잔류 의견이 55.7%로 탈퇴 의견보다 더 높았다. 맥기니스 부수반이 소속된 신페인(Sinn Fein) 정당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영국에서 분리독립해 아일랜드와 통합을 검토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맥기니스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비공개 회동을 마친 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해 얘기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많은 문제를 논의했지만 말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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