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공모 시장 추월…'해외투자·운용역량 확대해야'

사모펀드 판매잔고 216조원으로 공모펀드 앞질러…'사모펀드 운용역량, 본격 시험대 오를 것'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사모펀드 전성시대다. 지난 연말 처음으로 공모펀드 판매규모를 앞섰던 사모펀드는 올 들어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공모펀드를 앞질렀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들이 주식, 채권 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유전 등 다양한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로 몰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4월말 기준으로 216조4300억원으로 공모펀드 판매잔고(209조8023억원)보다 6조6000억원 이상 많았다.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015년 12월말 198조9178억원으로 공모펀드(196조7960억원)를 처음으로 넘어섰었지만 올 1, 2월 다시 추월당한 이후 3월부터 다시 공모펀드 판매잔고를 넘어선 상태다.  공모펀드 시장 규모가 2006년말부터 올해 4월말까지 69조8331억원 늘어나는 동안 사모펀드 시장은 125조7294억원 성장했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의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들이 가입하는 펀드다. 투자자는 소수인 반면 개별 투자금액이 높고,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한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은 7년째 박스권에 머무는 코스피,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 자금이 일임과 함께 사모펀드 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말부터 5년여동안 사모펀드 시장에서 개인자금이 약 6조5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기관 자금은 114조6000억원 불어났다. 4월말 기준 사모펀드 시장에서 기관 자금은 202조6666억원으로 전체 투자금의 93.64%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ㆍ연금실장은 "사모펀드 시장은 지금까지 운용사 능력으로 성장했다기 보다는 급증하는 기관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자연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운용업계도 시장 규모에 걸맞은 운용역량을 갖춰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양적으로 팽창해 온 사모펀드 시장이 향후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발굴, 운용 경쟁력 강화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사모펀드 대부분은 국내 투자에 집중한다. 4월말 기준으로 사모펀드의 국내 투자 규모는 172조9400억원인 반면 해외 투자 규모는 43조4899억원 수준이다. 해외 투자 비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20%에 불과하다. 사모펀드가 보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해 외연을 확대하고, 시장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좁은 국내가 아니라 넓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회원서비스부문 전무는 "사모펀드 시장은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은 대체투자 중심인데 국내는 시장이 작기 때문에 많은 돈을 해외에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 시장이 발전하려면 운용사나 증권사가 해외 투자에 나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력과 네트워크를 레벨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용 역량에 따라 사모펀드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설립, 운용 요건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앞으로 사모펀드 운용사간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종전과는 달리 사모펀드가 한 펀드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여러 유형의 자산을 자유롭게 담아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개별 운용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커졌다. 다양한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 펀드가 허용돼 일반 투자자들도 500만원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사모펀드 업계가 운용 역량을 증명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투자 리스크는 큰 반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공ㆍ사모 시장 확대 등 정책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재칠 펀드ㆍ연금실장은 "사모펀드 설립, 운용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운용의 묘가 커졌고 공모 재간접 투자가 허용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좋은 상품을 구성해 제대로 운용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운용사의 격차가 커지게 된 만큼 사모펀드 시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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