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블랙홀', 수사기대감 검찰도 부담…무차별 폭로 투자 위축, 롯데株 1조6000억 증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이슈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법조 현안은 물론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등 각종 현안보다 중요한 이슈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원, 영남권 신공항, 미국 올랜도 총기 테러 등 국내외 쟁점 이슈가 터져 나왔지만, 롯데 수사는 이들 이슈를 수면 아래로 잠재우고 있다. 검찰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첨단범죄수사1부)이 지난 10일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후 수사에 속도감을 내면서 여론을 집중시킨 탓이다.
게다가 '국부유출' 논란, '제2 롯데월드' 인허가 의혹 등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키워드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면서 여론의 몰입도를 키웠다. 재계 서열 5위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탄력을 받으려면 여론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잠재울 수 있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한 '초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검찰은 롯데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후 연일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브리핑은 수사를 둘러싼 억측과 오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마련됐지만,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향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대형 수사'에서 검찰의 대응 메커니즘은 정무적 판단을 통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수사의 진행과 속도 조절, 언론 홍보의 폭과 수위 결정은 즉흥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여론 흐름을 수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여론재판'의 폐해가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검찰 의도와 무관하게 롯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일반인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흔들고 있다. 13일과 14일 이틀 만에 롯데그룹주 시가총액이 1조6000억원이나 증발했다.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된 탓이다. 검찰은 롯데 수사를 이슈로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여론 재판 후폭풍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수사에 대한 기대수위가 높은 만큼 검찰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철저히 법에 근거한 수사 논리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여론은 이미 결과를 정해 놓은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장시간 내사를 통해 확보한 한정된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 롯데 측 반응으로 보도되는 것과 같은 그룹 관련 모든 의혹을 저인망식으로 점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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